의학·과학 건강

"평균 68세, 10명 중 8명 ‘증상 후’ 병원 찾았다"

변옥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07 18:45

수정 2025.12.07 18:47

사망률 1위 폐암, 온병원 최필조 교수 ‘무사망’ 130건 수술 분석
2020∼2025년 부산·경남 환자 97%, 수술 후 30일 내 사망 0명
4기의 5년 생존율 5%, “저선량 CT 조기검진·금연이 생존 열쇠”
온병원 제공
온병원 제공


[파이낸셜뉴스] 사망률 1위 암인 폐암 분야에서 부산 온병원이 지난 5년여 동안 ‘무사망’ 수술 성적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병원 폐암수술센터 최필조 센터장은 지난 2020년 3월부터 2025년 11월까지 폐암 수술 130건을 집도해 전례 모두에서 수술 후 30일 이내 사망 사례가 단 한 건도 없었다.

고령·기저질환 동반 환자가 많은 폐암 수술 특성상 130건 연속 30일 내 사망률 0%는 매우 이례적인 결과라는 평가다.

7일 온병원 폐암수술센터 등에 따르면 수술환자 분석 결과, 폐암 수술을 받은 이들의 평균 연령은 68세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는 60대가 49명, 70대가 45명, 80대가 13명으로 60대 이상이 전체의 80%를 웃도는 등 고령층 비중이 압도적이었다.

50대가 20명, 40대가 3명으로, 최연소 42세부터 최고령 85세까지 폭넓은 연령층에서 폐암수술이 이뤄졌다. 성별로는 남자 73명, 여자 57명으로 남성이 약 56%를 차지했다.

지역별로는 부산 거주자가 104명으로 전체의 80%를 넘었고, 경남 20명, 울산 2명, 대구·인천·전북·경북 등 기타 지역이 4명으로 집계됐다. 부산·경남·울산 등 동남권 환자가 전체의 약 97%를 차지해, 온병원이 지역 폐암 수술의 거점 병원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내원 경로를 보면 조기검진의 한계도 드러난다. 수술 환자 130명 가운데 108명은 기침·가래·혈담(피 섞인 가래) 등 호흡기 증상이 나타난 뒤 병원을 찾았고, 건강검진·정기검진 CT에서 우연히 결절이 발견된 경우는 22명에 그쳤다. 환자 10명 중 8명 이상이 이미 증상을 느낀 뒤에야 병원을 찾았다는 의미로, 여전히 조기 발견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수술 후 경과는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환자들의 평균 재원 일수는 15일이었고, 가장 짧게 입원한 경우는 4일, 가장 길었던 경우는 51일이었다.

온병원 폐암수술센터 측은 “대부분 흉강경을 이용한 최소침습수술로 시행돼 통증과 합병증 부담을 줄였고, 수술 후 폐렴·호흡부전 등 주요 합병증도 적절한 치료로 모두 회복했다”고 설명했다.

폐암은 국내 암 사망 원인 1위로, 전체 암 사망의 약 4분의 1을 차지한다. 세계적으로도 전체 암 발생의 약 11%를 차지하며 암 사망 원인 가운데 비중이 가장 크다. 특히 흡연, 고령화, 미세먼지·직업성 노출 등 환경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유병률이 증가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폐암의 경우 조기 진단이 생명 연장과 직결된다고 강조한다. 폐암이 1·2기 단계에서 발견돼 수술과 항암·방사선 치료를 적절히 병행하면 5년 생존율이 각각 약 80%, 60%까지 보고되지만 4기로 진행되면 5년 생존율은 5% 이하로 뚝 떨어진다. 온병원에서도 건강검진 저선량 CT에서 작은 폐결절이 발견돼 수술한 조기 폐암 환자들의 경우, 현재까지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는 사례가 다수 확인되고 있다.

국립암센터와 국가검진사업은 만 54∼74세이면서 30갑년 이상 흡연력을 가진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2년마다 저선량 흉부 CT 검사를 권고하고 있다.

온병원 폐암수술센터 최필조 센터장은 “남성은 45세, 여성은 55세 이후 폐암 가족력이나 흡연력이 있다면 국가검진 대상 여부와 무관하게 매년 저선량 CT 검사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며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찾아가는 조기검진이 폐암 사망률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부모·형제 가운데 폐암 환자가 있는 경우, 폐암 발병 위험이 2, 3배 높다는 점도 지적했다.

폐암예방을 위한 생활습관 변화 역시 빠질 수 없다. 폐암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은 흡연으로,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폐암 발생률이 11∼15배 높다고 알려져 있다. 하루 한 갑 이상을 장기간 피우거나, 청소년기부터 흡연을 시작한 경우 위험은 더 크게 증가한다.

최 센터장은 “폐암 예방의 출발점은 즉각적인 금연”이라며 “금연 후 시간이 지날수록 폐암 위험이 서서히 낮아져, 수년 이상 금연을 유지하면 비흡연자에 가까운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온병원(병원장 김동헌·전 부산대병원 병원장)은 폐암수술센터를 중심으로 호흡기내과, 영상의학 및 인터벤션센터, 혈액종양내과, 방사선 종양학과 등이 참여하는 다학제 협진 체계를 구축해 폐암과 동반암을 동시에 수술하는 원스톱 치료를 시행 중이다.


최필조 센터장은 “정기적인 저선량 CT 검진과 금연, 공기오염 노출 최소화, 규칙적인 운동과 균형 잡힌 식사를 병행한다면, 사망률 1위 폐암도 조기 발견과 체계적인 치료를 통해 충분히 극복 가능한 질환이 될 수 있다”며 “지역 주민들이 증상을 기다리지 말고, 조기검진의 ‘골든타임’을 스스로 챙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lich0929@fnnews.com 변옥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