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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청년 앞길 가로막는 금융소득세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07 19:36

수정 2025.12.07 19:47

파이어족을 지향하는 MZ세대
미국 S&P·나스닥에 장기투자
환율상승 주요원인으로 지목
금융소득세 기준 13년간 고수
연간 2천만원 넘으면 세금폭탄
청년자립 막는 세제부터 손봐야
김경준 전 딜로이트컨설팅 부회장
김경준 전 딜로이트컨설팅 부회장

올해에는 지난 수년간 투자자들 간의 '국장탈출은 지능순'이라는 조롱이 무색하게 국내 주식시장이 상승세였다. SNS에도 탐욕과 공포, 환희와 좌절이 엇갈리는 주식시장의 특성이 여과없이 드러난다. 아날로그 시대와 달리 디지털 AI시대에는 평범한 개인들도 경험과 관점을 블로그, 커뮤니티, 동영상, 메신저 등 플랫폼에 업로드하고 반응을 얻으면서 추종자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에서 지식의 보편화를 실감한다. 과거 기관투자자, 경제전문가 수준에서나 유통되던 지식과 정보가 이제는 거의 실시간 전파되기 때문이다.

소위 전문가들이 무색한 수준의 풍부한 지식과 예리한 감각으로 시장동향을 분석하고 통찰적 견해를 설파하는 개인들이 비일비재하다. 또한 SNS에서 투자로 자신의 미래와 노후를 대비하는 청년 MZ세대들을 접하면서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새뮤얼 스마일스의 '자조론'(Self-Help·1859년)이 압축한 삶의 진면목을 실감한다.

우리나라는 청년취업난에 주거 불안 등으로 헬조선이라는 자조적 신조어까지 출현하였다. 하지만 어려운 여건에서도 성실한 사회생활로 저축하고 투자하면서 스스로 일어서는 MZ세대들의 사례를 SNS에서 종종 접한다. 이들을 응원하면서 세대 교체에 따른 자산형성 패러다임의 변화를 실감한다. X86세대들이 주로 저축·대출로 집을 사고 대출금을 갚아 나갔다면 MZ세대는 해외주식 장기투자를 통한 복리효과의 극대화에 중점을 두기 때문이다. 투자기간도 20~30년의 타임라인으로 접근하는 긴 호흡이다.

이들은 파이어족(FIRE·Financial Independence-Retire Early), 경제적 독립으로 조기 은퇴를 지향한다. 디지털 AI혁명으로 경제와 산업의 변동성이 증폭되고 직업안정성도 떨어지는데 기대수명은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재의 소득을 저축하여 마련한 자금을 장기투자하여 개인의 미래와 노후를 대비하는 현실적인 대응방안이다. 나아가 파이어족이 번듯한 직업의 고소득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평범한 직장인들에게서도 모범적 사례가 나와서 고무적이다.

파이어족을 지향하는 MZ세대 안정적 투자의 기본은 미국 S&P와 나스닥의 장기 우상향 추세의 추종이다. 월소득의 일정 부분을 적립식으로 투자하면서 특정 종목의 등락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수년간 지수를 추종하여 성공한 실제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렇듯 스스로 돕는 MZ세대 자산형성의 근본적인 걸림돌은 금융소득종합과세와 건강보험료이다. 현행 연간 금융소득 2000만원 초과 시 부과하는 종합소득세와 이에 연동하여 증가하는 건강보험료는 무분별한 헬조선의 선동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책임하의 투자로 자립하려는 건전한 MZ세대의 앞날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금융소득종합과세의 기준금액은 1996년 도입 시 4000만원에서 2013년 2000만원으로 조정된 이후 13년간 그대로이다. 조세형평성을 높인다는 당초의 취지와는 달리 현재는 중산층 자산형성 및 청년층의 미래 대비까지 가로막는 수준이 되었다. 1996년 서울지역 국민평형 아파트 매매가격은 1억~2억원 내외에서 현재는 10억~30억원으로 10배 이상 상승하였다. 소득 측면에서도 1996년 도시근로자 1가구 연평균 수입은 1350만원에서 현재 5430만원으로 4배가 되었다. 1996년에는 2000만원으로 4인 가족 생계가 충분히 가능하였지만 지금은 최저시급 기준 연봉에도 미달이다. 도입시점 기준으로 그동안의 변화를 최소한으로 반영해도 자산기준 10배인 4억원, 소득기준으로는 4배인 1억6000만원이 되는 셈이다. 이런 상황이니 파이어족을 지향하는 MZ세대 사이에선 연간 투자소득 2000만원이 되면 정부는 무조건 부자 취급하여 세금·건보료 폭탄을 맞는다는 한탄이 나오는 실정이다.

최근 소위 재정금융정책 수장인 부총리와 통화정책을 관할하는 한국은행 총재가 환율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미국 시장에 투자하는 MZ세대를 지목하고 세율 인상까지 거론하였다.
MZ세대의 시각에서는 정치인 출신도 아니고 명색이 정통관료 및 경제학 교수 출신이 일종의 마녀사냥에 가세하는 무책임한 태도에서 역설적으로 국장 탈출의 당위성을 느낀다. 책임 있는 당국자라면 환율정책 실패를 투자자에게 덮어씌우기보다는 실질적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
동일한 맥락에서 30년 전 도입 시의 명분도 퇴색되고 오히려 청년 MZ세대의 자조자립(自助自立)을 가로막는 금융소득종합과세의 개선방안부터 마련하기 바란다.

김경준 전 딜로이트컨설팅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