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아이에게 모유수유를 하다가 갑자기 우울한 기분을 느끼는 이들이 종종 있다.
최근 한 맘카페 커뮤니티에는 "아이에게 젖을 물릴때마다 너무너무 힘들다. 마치 젖소가 된 것 같은 기분에 이 세상에서 내가 제일 불행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라는 사연이 올라왔다.
글을 쓴 A씨는 "하지만 수유를 끝내면 바로 기분이 회복된다. 거의 지킬앤하이드급이다"라고 토로했다.
영국여성 엠마 역시 메트로를 통해 지난해 갓 태어난 딸이 젖을 물었을 때 느낀 감정을 공유했다.
그는 “딸이 젖을 물었을 때 부끄러움과 슬픔을 느꼈으며 비명을 지르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가 젖을 빨 때마다 그 감정이 지속적으로 느껴졌다. 죽고 싶은 감정까지 들었지만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겪은 현상이 '생리적 질환'이라는 사실을 알고, 내가 엄마로서 자격이 없는 게 아니었다는 안도감을 느끼게 됐다"고 털어놨다.
임상적으로 정의된 현상
우리나라에서는 슬픈 젖꼭지 증후군으로 많이 불리고 있지만, 대한모유수유의사회에 따르면 정확한 명칭은 ‘불쾌한 젖 사출 반사’(D-MER)다.
아직까지 체계적인 연구가 진행된 건 아니지만 실제 임상적으로 정의된 현상이다. 도파민 호르몬과 깊이 연관돼 있으며, 주로 수유 중인 여성이 겪지만 남성에게도 나타날 수 있는 복합적 반응이다. 평소에는 행복하고 즐거운데 유독 젖 사출때만 불쾌한 감정을 느끼는 게 특징이다.
불쾌한 젖 사출 반사는 평소에는 아주 정상적으로 행복하고 편안하기 때문에 산후 우울증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또 유방에 염증이 생기는 유선염이나 울혈(몸 안의 장기나 조직에 정맥의 피가 몰리는 증상) 혹은 젖을 제대로 물리지 못해 생기는 유두 통증과도 다르다.
모유가 분비되기 위해선 아기의 빠는 힘에 의해 유두 자극이 일어나는데, 이 과정에서 옥시토신과 프로락틴 같은 호르몬이 작용한다. 일부 연구에서는 이 과정이 도파민 수치의 일시적인 하락을 유발해 부정적 감정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평소에는 편안하나, 수유할때만 생기는 증상..대부분 5분 안에 없어져
증상은 수유모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아기가 젖을 물어 모유가 나오기 시작하는 순간 불안, 두려움, 슬픔, 초조, 우울 등의 부정적인 감정이 찾아온다. 이외에도 메스꺼움, 구토, 현기증과 같은 신체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증상은 대부분 5분 안에 없어지는 게 특징이다.
증상의 지속기간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다. 보통은 모유 수유를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아 발생하며,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완화되거나 사라진다. 다만 일부 수유모는 수유 기간 내내 증상을 겪다가 결국 모유 수유를 조기에 중단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증상이 생긴다면 '수유 중에 정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증상'이라는 생각을 갖고, 자신이 잘못됐다는 죄책감을 갖지 않고 적절하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TV나 책으로 주의를 돌리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혼자 조용하게 명상을 하는 방법을 시도해보는 것도 좋다. 충분한 수면과 스트레스 관리, 규칙적 식사 등 전반적 컨디션 관리가 필수다.
증상이 심하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경우 산부인과 전문의, 건강의학과 전문의 등과 상담해 심리적 지지나 약물치료 등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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