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극단적 사건 반복 노출에 경찰 정신건강 '빨간불'…심리 지원 '제자리'

뉴스1

입력 2025.12.08 06:00

수정 2025.12.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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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매일 경찰관 5명이 다칩니다. 목숨을 잃는 이들은 매년 10명이 넘습니다. 공상·순직 승인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치안현장 최일선에서 시민들을 지키지만, 일을 하다 다친 경찰관은 정작 국가로부터 온전히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뉴스1>은 창경 80주년을 맞아 공무 수행 중 다치거나 숨진 경찰관과 유족들을 만나 그 현실을 들여다보고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 해결책을 모색해봤습니다.

그 결과를 모두 7차례에 걸쳐 기사로 내보냅니다.

(서울=뉴스1) 강서연 박응진 김종훈 기자 = 살인·변사 사건 등 극단적 현장을 반복적으로 마주하는 경찰관들의 정신적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심리 지원 체계는 여전히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찰관은 20명으로, 이미 지난 한 해 자살한 경찰관 수인 22명에 근접했다.

정신과 진료를 받는 경찰관 수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이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정신과 진료를 받은 경찰관은 매년 증가해 지난해엔 398명에 달했다. 이는 2021년 240명 대비 65.8% 늘어난 수준이다. 올해 들어선 지난 8월까지 331명의 경찰관이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

경찰 자체 조사 결과도 비슷했다. 지난 2023년 경찰청이 실시한 '경찰복지 실태조사'에서 응답자 1만 5971명 중 절반에 가까운 7794명(48.8%)이 '사건 후유증으로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처럼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경찰관이 많지만 심리 지원은 충분하지 않은 실정이다.

행정안전위원회의 '2026년도 경찰청 소관 세입·세출예산안 검토보고' 자료에 따르면, 2021~2024년 경찰관의 살인·변사 현장출동 건수는 연평균 5만 7675건에 달했다. 사건당 6인 이상의 직원(지역경찰, 형사, 감식요원)이 현장을 목격하지만 같은 기간 긴급심리지원을 받은 인원은 평균 719명에 불과했다.

또 2021~2024년 연평균 392명의 경찰관이 범인의 피습으로 다쳤지만 이 중 긴급심리지원을 받은 경찰관은 연평균 43명에 그쳤다. 긴급심리지원 평균 실시율이 11%밖에 안 된 것이다.

현재 경찰관 정신건강 지원을 위해 운영 중인 '마음건강증진 프로그램' 가운데 상담사가 직접 경찰서를 방문하는 사업엔 긴급심리지원 외에도 지정상담이 운영되고 있지만 실시율에선 연령·직급별 편차가 나타났다.

50대 이상 경찰관(경감·경위급 등)의 지정상담 실시율은 31.2%로, 40대 경찰관(55.0%)에 비해 크게 낮았다. 이는 직급이 높을수록 '경찰은 강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는 등 조직문화의 영향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됐다.

전문가들은 조직 차원의 인식 개선과 접근성을 높인 실질적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경찰관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조차 '동료들에게 민폐가 되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에 쉽게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도움을 요청하는 행위를 자연스럽고 용기 있는 행동으로 받아들이는 조직 문화와 인식을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백명재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심리지원 서비스 체계도 부족하지만 문제는 서비스가 있다고 하더라도 경찰·소방·군인 등 제복 근무자들이 그런 서비스를 받는 것을 꺼린다는 것"이라며 "인사상의 불이익에 대한 걱정도 있기 때문에 경찰청에서 대대적으로 정신과 진료, 심리 상담 등이 개인 인사상 불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캠페인 등을 통해 인식 개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국방부는 외부 민간 기관과 협약을 맺어 군 간부들이 무료로 심리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직접 가지 않더라도 비대면으로 상담을 받을 수 있고 외부 기관에서 일괄적으로 청구를 해 본인이 노출될 일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방의 경우 정신과 진료비가 입원, 외래, 급여, 비급여, 상관없이 전액 무료"라며 다른 제복 근무자들에 대한 정책들을 경찰이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