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남해인 기자 =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이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 김 여사를 다시 불러 조사한다. '수사 대상 12호'인 대통령실 자원 사적 유용 의혹과 관련된 종묘 차담회, 대통령실 비서관 자녀 학교폭력 무마, 해군 선상 파티에 얽힌 의혹들을 특검팀은 집중적으로 추궁할 계획이다.
공무원에게만 적용되는 직권남용 혐의의 관건인 '공무원과의 공범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특검팀은 수사력을 모을 전망이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김 여사를 오는 11일 오전 10시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지난 4일 조사가 이뤄진 데 이어 일주일 만에 추가 조사를 진행한다.
종묘 차담회·비서관 자녀 학폭 무마·해군 선상 파티 의혹
특검팀은 이날 김 여사에게 김건희특검법 2조 12항인 '윤석열 전 대통령 재임 중 김건희가 대통령의 지위 및 대통령실 자원을 이용해 사적 이익을 추구했다는 의혹 사건' 전반에 관해 물을 예정이다. 그동안 특검팀은 피의자를 비롯한 관련자들을 소환하며 김 여사의 지시 또는 개입 여부를 수사해 왔다.
이날 조사가 이뤄질 사안 중 하나는 '종묘 차담회' 의혹이다. 김 여사는 지난해 9월 3일 유네스코 세계유산 종묘의 공개 제한 장소인 망묘루에서 지인들과 차담회를 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차담회에 참석한 지인 중에는 김 여사가 코바나콘텐츠를 운영하던 시절 교류한 해외 미술작가의 가족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차담회 기획을 주도했다고 의심받는 신수진 전 대통령실 문화체육비서관을 여러 차례 소환해 조사했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해 입건한 상태다. 종묘 관리 책임이 있는 궁능유적본부 관계자 등 관련 공무원들도 출석해 경위에 관한 조사를 받았다.
두 번째로는 '김승희 대통령실 전 의전비서관 자녀 학교폭력 무마' 의혹이다.
이 의혹은 김 여사가 2023년 7월 김승희 전 의전비서관의 초등생 딸 학교폭력 사건을 무마하라고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내용이다. 당시 김 전 비서관의 딸은 같은 학교 2학년 여학생을 폭행했지만 출석 정지와 학급 교체만을 통보받았고 강제 전학 처분은 받지 않았다.
김 여사가 사건 발생 직후 당시 교육부 차관이던 장상윤 전 사회수석과 8분여간 통화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특검팀은 지난달 25일 장 전 수석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장 전 수석은 종묘 차담회 의혹 피의자인 신 전 비서관의 상급자기도 해 이 의혹과 학폭 무마 의혹과 관련해 조사를 받았다.
특검팀은 김 여사가 장 전 수석을 통해 교육부와 관할 교육청인 성남교육지원청의 권한 행사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11일 조사에서 직접 물을 방침이다.
윤 전 대통령, 대통령경호처와 함께 연루된 '해군 선상 파티' 의혹도 이날 조사 대상이다. 2023년 8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경남 진해와 저도 일대에서 여름 휴가를 보내며 해군 지휘정인 귀빈정에서 술 파티를 벌였다는 내용이다.
특검팀은 당시 경호처 기획관리실장으로서 선상 파티 계획을 주도한 것으로 지목된 김성훈 전 경호처 차장을 지난 11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특검팀은 김 차장과 함께 김 여사에게도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 위반(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했다.
아울러 이번 조사에선 '대통령 관저 이전 공사 특혜' 의혹도 다뤄질 예정이다. 종합건설업 면허가 없는 21그램이 윤 전 대통령이 취임한 뒤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공사를 수의로 계약해 특혜를 받았다는 내용이다.
특검팀은 김 여사와 친분이 있는 21그램이 관저 공사 수주 전후 디올 제품인 가방, 의류, 팔찌 등 '디올 3종' 세트를 김 여사에게 선물하고 공사를 수주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검팀이 김 여사 자택에서 디올 제품을 압수하기 위해 발부받은 영장에는 인테리어 업체인 21그램 측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가 적시됐다.
특검팀은 김 여사가 특혜를 제공하는 데 개입했을 가능성과 이 영향으로 국토교통부 공무원들이 권한을 남용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해 왔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과 관련해 감사를 부실하게 했다는 또 다른 의혹과 관련해서도 감사원을 압수수색 하는 등 수사가 이어져 왔지만, 아직 최재해 전 감사원장 등 '윗선' 개입 여부는 명확하게 밝히지 못한 상황이다.
이 밖에도 특검팀은 김 여사 자택을 압수수색 하며 발견한 로저비비에 손가방에 대해서도 조사를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로저비비에 손가방을 준 사람으로 밝혀진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아내 이 모 씨는 지난 5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손가방에서는 지난 2023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에 당선된 김 의원의 아내 이 씨가 적은 "남편의 당대표 당선을 도와줘서 감사하다" 내용의 편지가 들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직권남용 혐의 적용 검토 중…사실상 마지막 조사일 듯
특검팀은 '수사 대상 12호' 의혹들과 관련해 김 여사에게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해 사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직권남용은 공무원이 자신의 권한을 남용해 다른 사람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거나, 권리 행사를 방해했을 경우 적용된다. 영부인이었지만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 신분이었던 김 여사에게 적용되려면 권한 있는 공무원과의 공모가 입증돼야 한다.
공범 관계가 규명되지 않으면 민간인을 처벌하기는 어렵지만 관계가 인정돼 직권남용 혐의로 처벌받은 전례가 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최서원 씨(개명 전 최순실)는 공무원이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직권남용 공범 관계로 묶여 기소됐고, 2020년 징역 18년 등 형이 확정됐다.
특검팀은 오는 28일 수사 기한 만료를 앞두고 있어 이번 조사가 사실상 김 여사에 대한 마지막 대면 조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추가 조사로 특검팀이 실마리를 풀어나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 여사는 지난 4일 조사에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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