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1) 심서현 기자 = 네덜란드계 금융그룹 ING가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0%로 제시하며 지난 10월 전망치(1.8%)보다 0.2%포인트(p) 상향 조정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과 동일한 1.2%로 유지했다.
미국과 중국 등 주요 교역국의 성장 둔화가 수출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지만, 반도체 수요 확대와 메모리 가격 상승, 레거시(범용) 반도체 공급 부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두 자릿수 설비 투자 증가 전망 등이 내년 성장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라는 평가다.
ING는 지난 5일 발표한 '2026년 아시아 전망'(Asia Outlook 2026) 한국 보고서에서 "대외 수요 둔화와 주택시장 불확실성이 남아 있지만, 정치적 안정성과 견조한 반도체 수요를 바탕으로 한국 경제가 2026년에 회복력을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민주 ING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정부 예산안이 8.1% 증가하면서 정부가 올해의 일회성 현금 지원 중심 부양책에서 벗어나 경제 생산성 제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이러한 정책 기조 전환이 민간 부문의 자본 지출을 유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강한 반도체 사이클이 성장의 핵심 동력이 되는 만큼 상·하방 위험이 동시에 존재한다"며 "성장이 반도체에 과도하게 집중될 경우 경기 하강 국면에서는 부정적 파급효과도 커질 수 있고, 내년 성장률 역시 글로벌 반도체 사이클과 밀접하게 연동될 것"이라고 밝혔다.
건설경기는 올해 바닥을 찍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최근 기업어음(CP)·회사채 시장의 유동성 경색이 진행 중인 PF(프로젝트파이낸싱) 구조조정에 부담을 줄 수 있어 건설경기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보고서는 이어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경제 전반에 상당한 파급효과가 있을 수 있다"며 "반대로 정부가 예상보다 큰 폭의 부동산 세제 인상이나 대출 규제 강화에 나설 경우 시장 신뢰가 흔들리며 성장세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한국의 가계부채가 이미 높은 수준이라는 점에서 갑작스러운 규제 변화가 유동성 문제로 이어질 위험도 지적했다.
전문가 "반도체 의존성 높은 것 하방 요인 될 수도…부동산 시장 다른 변수"
전문가들은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구조가 향후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하면서, 부동산 시장 역시 또 다른 핵심 변수로 꼽았다.
강 이코노미스트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반도체 분야로 수출이 지나치게 집중돼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현재의 견조한 반도체 수요가 경제 성장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판단해 내년도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며 "반도체 사이클이 기대보다 더 좋아질 경우 한국 경제가 현재 전망보다 선방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반도체 사이클이 악화될 경우 성장의 하단이 더 크게 열릴 수 있다"며 "상·하방 위험이 모두 열려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미국발 관세의 영향에 대해서는 "한국은 다른 아시아 국가 대비 관세율이 높게 책정된 편이 아니고 시장에서 비교 우위를 갖고 있어 특별히 부정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보다 큰 하방 요인은 미국 경기 둔화와 수요 감소"라고 분석했다.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도 "한국은 집값 상승이 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구조가 아니고 가격 변화에 대한 시장 민감도가 매우 높다"며 "부정적 기대가 확산할 경우 성장에도 악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원리금 상환 부담과 높은 가계부채는 향후 가계의 이자 상환 부담을 더욱 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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