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뉴스1) 윤왕근 기자 = 강원 강릉을 포함한 영동지역이 올해 '역대 최악'으로 평가된 가뭄 사태를 겪은 뒤, 내년부터 본격적인 물 관리 체질 개선에 나선다. 지난 2일 국회를 통과한 2026년도 정부 예산안에 총 435억 원 규모의 가뭄 항구대책 예산이 반영되면서다. 단기 급수 대응을 넘어 가뭄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중장기 프로젝트에 시동이 걸렸다는 평가다.
8일 더불어민주당 강릉시지역위원회 등에 따르면 이번 예산안에는 강릉 핵심 사업인 △연곡 지하수저류댐 29억 4000만 원, △남대천 지하수저류댐 2억 4500만 원 △연곡정수장 정비 27억 2000만 원이 포함됐다. 이는 모두 다년도 사업의 2026년도 연차 집행분이다.
민선 8기 강릉시정 출범과 함께 추진돼 온 연곡·남대천 저류댐과 연곡정수장 현대화 사업은 이미 본궤도에 올라 있는 사업이다. 다만 이재명 정부 첫 예산안에서도 해당 사업이 삭감 없이 반영되면서, 정부가 강릉 가뭄 해결 정책을 지속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두 저류댐은 강릉 북부권과 도심·남부권을 각각 책임지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그간 사실상 '오봉저수지 단일 수원'에 의존해온 공급 구조의 취약성을 보완할 핵심 인프라다. 여기에 정수장 현대화와 관망 개선까지 동시 추진되면 강릉 지방상수도 시스템은 한 단계 안정성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가뭄 사태에서 '구원투수'로 등장했지만, 논란을 낳았던 '도암댐 수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상류 비점오염 저감사업도 대폭 보강됐다. 신규 3개·계속 2개 등 총 5개 사업, 사업비 규모만 1000억 원을 넘어서는 대형 패키지가 구축된 셈이다.
대표적으로 고랭지밭을 계단식 경작지로 전환하는 토사유출 저감사업(총 350억 원)은 정부안 44억 2200만 원에서 국회가 25억 원을 증액해 69억 2200만 원, 상류 비점오염물질 처리를 위한 인공습지·총인(TP) 처리시설 설치사업(총 399억 원)은 국회에서 신규로 81억 3300만 원이 추가됐다.
비점오염 저감 실천·설치 사업은 남대천 등 강릉 수원에 장기간 영향을 줘온 '상류 흙탕물 유입' 문제를 줄이는 데 핵심으로 꼽힌다. 이 사업이 성공한다면 강릉은 불과 20㎞ 안팎에 위치한 '3000만 톤 물탱크'를 마음 놓고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영동 전역을 대상으로 한 노후 상수관망 정비(133억 9000만 원), 동해·삼척·양양·정선 등 각 지역의 정수장 개량 예산도 줄줄이 확보됐다. 강릉뿐 아니라 영동권 전체가 동시에 물 안정화 체계를 구축하는 첫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눈길을 끄는 건 올해 가뭄 사태에서 장기 대체수원으로 급부상한 '해수담수화' 관련 예산이 신규 반영됐다는 점이다.
내년도 예산안에는 해수담수화 도입 사전타당성 조사비 3억 원이 처음으로 포함됐다. 동해안처럼 대형 저류댐 확보가 어렵고, 기존 수원이 반복 고갈되는 지역 특성상 "동해바다를 담수화해 공급하자"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해당 예산은 기후환경에너지부에서 집행하게될 에정이다.
해수담수화는 바닷물에서 염분과 불순물을 제거해 식수·생활·공업용수로 쓰는 기술이다. 다만 △고전력 소모 △염분 농축수 처리 문제 △해양 생태계 영향 △송수 인프라 비용 △물값 상승 등 우려도 적지 않다. 이번 3억 원은 이런 쟁점을 검증하고 강릉을 비롯한 영동권 적용 가능성을 따지는 '첫 걸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를 종합하면 내년은 영동지역 물 관리 체계 전반을 뜯어고치는 체질 개선의 원년이다. 강릉 역시 연곡·남대천 저류댐 설치와 정수장 현대화, 관망 정비가 동시에 진행되는 2026~2029년을 수원 다변화의 '골든타임'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 지역위 관계자는 "반복되는 가뭄은 지방만의 노력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재난"이라며 "필수 사업이 제때 추진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의 지속적 지원이 필요하다. 이번 예산 반영은 현장의 절박함이 반영된 첫 조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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