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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개인정보를 사고 파는 세상…우리는 이미 위험하다

뉴스1

입력 2025.12.08 07:30

수정 2025.12.08 07:30

중국 타오바오몰에서 거래되는 무신사 계정(왼쪽)과 판매자와 주고받은 대화. (타오바오몰 갈무리).
중국 타오바오몰에서 거래되는 무신사 계정(왼쪽)과 판매자와 주고받은 대화. (타오바오몰 갈무리).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내 정보는 털려서 중국에서 100원에 팔리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본인의 개인정보가 누군가에게 유출됐다는 이야기를 너무나도 쉽고 익숙하게 말한다. 여러 차례 겪은 개인정보 유출이 국민을 무감각하게 만들었고 막상 일상을 보내는 데 큰 지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쿠팡 사태를 계기로 파악해 보기 전까지, 명색이 기자인 필자 역시 개인정보 유출은 별것 아닌 일처럼 치부됐다.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미 팔린 정보가 어딜 돌아다니든, 경각심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중국 최대 온라인몰에서 그 파장 및 실상을 확인하고 직접 계정 거래를 해본 결과, 개인정보 유출이 얼마나 위험하고 심각한 사건인지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가장 놀라웠던 지점은 거래 규모였다. 필자에게 '무신사' 접속 개인정보를 판매했던 판매 계정은 돈만 내면 한국 내 대부분의 사이트를 접속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일종의 전문 업체인 셈이다.

우선 (사기가 아니라는 전제하에) 티빙(tving), 인터파크 등 판매 계정의 종류가 다양했다. 한국 최대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 패션 플랫폼 29㎝의 로그인을 위해 인증해 주는 것은 물론 우리 국민들이 본인 인증을 위해 애용하는 'PASS' 앱 접속 서비스도 제공했다.

또한 무신사 계정을 구매했을 때 필자에 제공한 정보는 아이디, 비밀번호만이 아니었다. 이름, 주민등록번호 앞자리(생년월일), 휴대전화 번호와 통신사까지. 우리가 온라인 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거의 모든 정보를 '풀 코스'로 제공받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악용할 수 있었다.

전세계에 걸쳐 이런 판매자는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IT 강국'으로 불리는 한국인의 개인정보가 누군가의 돈벌이 수단이 된 현실. 이제 더 이상 씁쓸하고 웃픈 단상으로만 받아들여선 안 된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국민들이 겪을 피해는 잠재적인 시한폭탄과 다름없다.


유출 사태의 장본인인 회사와 관계당국은 이 사실을 깊이 인지하고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피해 보상과 사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