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국내 최초의 사운드 박물관 오디움(Audeum)이 유네스코(UNESCO)가 주관하는 베르사유 건축상(Prix Versailles)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박물관’ 분야에서 2025년 내부 특별상(Special Prize for an Interior)을 수상했다.
올해 5월 동일 분야의 ‘전 세계 7대 박물관’ 후보로 선정된 데 이은 성과로, 오디움의 공간디자인·감각적 건축언어가 국제 무대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 오디움, 7대 후보 → 내부 특별상 수상까지
베르사유 건축상은 혁신성·독창성·지속가능성·지역성 등 다층적 기준으로 세계의 우수 건축을 선정하는 국제 건축상이다.
박물관 분야는 지난해 신설된 섹션으로, 올해는 한국·프랑스·노르웨이·사우디·미국·인도네시아 등 7개 기관이 최종 후보에 올랐다.
그 경쟁 속에서 오디움은 ‘인테리어 분야 최고 평가’를 받으며 내부 특별상(Special Prize for an Interior)을 수상했다.
이 자리에서 심사위원장 이리나 보코바(Irina Bokova)는 “건축은 문화적 맥락에 반응하고 공동체를 고양하며 지속 가능한 미래에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고, 사무총장 제롬 구아댕(Jérôme Gouadain)은 “아름다움은 지역 사회를 연결하고 인간 중심의 발전을 이끄는 가치”라고 강조했다.
오디움의 내부 공간이 이번에 높은 평가를 받은 이유 역시, 소리·빛·재료·공간이 한데 엮여 ‘감각의 문화’를 만드는 방식이 베르사유 건축상의 철학과 정확히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 ‘보이지 않는 소리’를 건축으로 만든 공간
오디움의 공간을 설계한 이는 일본의 세계적 건축가 쿠마 켄고(Kengo Kuma). 관람객이 공간 속에서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도록, 수직 알루미늄 파이프 구조,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자연광, 목재의 향과 질감,
음향적 울림을 고려한 곡선 구조 등이 층위 있게 배치된 것이 특징이다.
쿠마는 “오디움은 소리가 인간 안에 잠든 감각을 깨우는 장소”라며 “이번 수상을 계기로 ‘소리의 건축’이 더 넓은 가능성을 갖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베르사유 건축상, 건축계의 ‘아카데미상’
2015년 시작된 베르사유 건축상은 공항·학교·레스토랑·미술관 등 각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건축을 선정하는 국제적 권위의 상이다.
올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박물관’ 분야 수상관은 다음과 같다.
오디움(한국) : 내부 특별상, 쿤스트실로(노르웨이) : 베르사유 본상, 조슬린 미술관(미국) : 외부 특별상, 그랑팔레(프랑스), 사카 박물관(인도네시아), 디리야 아트퓨쳐(사우디), 클리블랜드 자연사 박물관(미국) : 특별 선정.
한국의 오디움이 유럽 대형 미술관과 나란히 이름을 올린 것은 의미가 크다. 특히 개관 2년도 되지 않은 신생 박물관이 수상한 것은 이례적이다.
◆ 소리의 문화유산을 다루는 국내 유일 박물관
2024년 개관한 오디움은 ‘소리의 문화유산’을 연구하고 전시하는 국내 유일의 오디오 박물관이다.
19세기 유성기 발명 이후 150년 오디오 역사를 정리하고, 관련 자료를 수집·보존·전시한다.
상설전 ‘정음(正音): 소리의 여정’에는 올해 기준 약 2만5000명이 방문했으며, ‘미러포닉 클래식 명반 감상회’, ‘오디오 살롱’, ‘시각장애인 오디오 워크’ 등 공공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접근성을 넓혀왔다.
오디움 측은 “이번 수상은 오디움의 건축적 철학과 소리 문화의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결과”라며 “사운드 아카이브 구축과 국제적 연구기지 역할을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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