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中企 지원, 매출액 대신 OO을 기준으로”···한은의 제안

김태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08 12:00

수정 2025.12.08 12:00

‘우리나라 중소기업 현황과 지원제도 개선방안’
‘업력’을 기준으로 지원할 경우 총생산 0.45%↑
구조조정 효율성도 미국·일본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 제공
[파이낸셜뉴스] 국내 중소기업 지원 기준을 ‘매출액’ 대신 ‘업력’으로 바꾸고, 구조조정 효율성을 미국·일본 수준으로 끌어올리면 총생산이 증가한다는 한국은행 분석이 나왔다. 중소기업을 정책적으로 키우기 위해선 그저 예산을 늘리는 데 집중하기보다 대상을 어떻게 선별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추라는 제안이다.

8일 한은이 발표한 ‘중장기 심층연구: 우리나라 중소기업 현황과 지원제도 개선방안’에 따르면 지원 예산 규모를 유지한 채 지원 대상을 매출액 기준에서 업력 7년 이하 기업으로 전환했을 때 총생산이 0.45%, 임금이 1.08%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본생산성이 높은 저업력 기업으로 지원금이 재배분 된 데 따른 결과다.

실제 총생산 증가분(0.45%) 가운데 0.43%p는 자원배분 효율성 제고 효과가 차지했다.

이 중엔 기준선을 넘기 직전 성장을 회피하고 중소기업 범위 내에 머무르려는 이른바 ‘피터팬 증후군’ 완화 효과(0.06%p)도 포함된다. 총자본량 증가(0.07%p)도 영향을 미쳤다. 다만 저업력 기업에 대한 지원 확대 과정에서 비효율적인 기업의 추가 진입이 발생해 0.05%p의 성장 감소 효과도 함께 나타났다.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 제공
구조조정 과정의 마찰·비용을 낮추는 제도 개선도 유의미한 성장 효과를 유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체 모형에서 조정비용을 10% 낮춰(20%→ 18%) 전반적인 구조조정 마찰 정도를 미국·일본과 유사한 수준으로 떨어뜨리면 총생산은 0.227%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 중 0.114%p는 자원배분 효율성 개선, 0.113%p는 투자 리스크 감소 및 자본투자 확대에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더해 한계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13.22%에서 12.99%로 0.23%p 하락했다. 최기산 한은 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팀 과장은 “예산을 늘리지 않고도 누구에게,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지원하고 구조조정 할 것인지를 바꾸는 것만으로 총생산 0.4~0.7% 수준의 상향 여지가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 중소기업 지원정책에선 우선 ‘규모 의존적 지원’이 구조적 문제로 지적됐다. 생산성과 연관성이 낮은 매출액 규모 지표에 주로 의존해 선별보다는 보편 지원에 가까운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피터팬 증후군’은 지원·규제 대상 기업을 가르는 문턱으로 작용하면서 기업의 성장 회피를 유발해 중소→중견→대기업으로 이어지는 사다리를 약화시키는 것으로 판단됐다.

최 과장은 퇴출 관련 제도도 미흡하다고 봤다. 중소기업에 적합한 구조조정 제도가 미비해 부실기업의 적시 퇴출이 지연되고, 그 과정에서 정부 지원이 비효율적으로 배분된다는 주장이다. 끝으로 부처·기관별 유사 지원사업이 중복되고 정책 수입·집행·전달 체계가 분산돼 효율성이 저해된다는 점도 꼽혔다.

이 같은 토대 위에 서있는 중소기업들 효율성도 미흡하다. 노동생산성은 대기업의 약 32%로 2011~2020년 기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55%)을 한참 밑돌고 자본생산성 역시 2016년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종사자 수 10~299인 기준 중소기업 신생·소멸률은 2010년대 이후 전반적으로 내려가는 모습인데, 특히 소멸률은 2012년 4%대에서 2023년 1% 미만까지 하강했다.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 미만인 한계기업 비중은 2012년 12.6%에서 2024년 18.0%까지 뛰었다.

최 과장은 결국 이 같은 제약들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로 중소기업 지원 제도는 대상 기업 수나 예산 규모 등 ‘양’을 늘리기에 앞서 선별 및 인센티브 구조의 개선에 무게를 둬야 한다고 제언했다.
구체적으론 △선별기준 정교화 및 민간 역량 활용 △성장 친화적 제도 설계 △중소기업에 적합한 구조조정 제도 마련 △원스톱 통합 플랫폼 구축 등의 정책을 제시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