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기(2017년) NSS는 중국에 대해 "미국의 가치·질서에 반하는 세계를 만들려 한다" "인도·태평양에서 미국을 대체하려고 한다"며 미국 외교 전략의 핵심을 '중국·러시아와의 대국 경쟁'으로 규정했지만 2기 NSS는 이 기조에서 크게 벗어났다는 지적이다.
미국 외교협회(CFR)는 7일(현지시간) 새 NSS가 중국을 지정학적 위협이 아니라 거의 "경제적 경쟁자" 정도로만 규정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중국과는 "상호 유리한 경제 관계 구축"이 목표라고 제시한 점, 중국의 세계질서 도전에 대한 언급이 없어진 점, 중국의 체제·가치 문제에 대한 비판이 사라진 점을 지적했다.
새 NSS의 이 같은 기조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메시지에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
CFR은 새 NSS가 대만을 이례적으로 무척 상세하게 언급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협회는 "대만을 향한 중국의 공격 억지가 우선 순위" "대만해협에서 미국의 군사적 우위 유지" "제1열도선 어디서든 침략을 격퇴할 능력 유지" 등의 내용이 담겼지만 이것은 대만을 정당성·민주주의의 관점에서 다룬 것은 아니라고 봤다.
협회는 대신에 NSS는 반도체 같은 경제적·전략적 자산과 지정학적 위치를 앞세운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전엔 "어떤 일방적 현상 변경도 반대"란 표현이 들어갔지만 이번에는 "지지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강도가 약해졌다고 지적했다.
협회는 또한 문서 전체가 인도·태평양을 '중국 경쟁의 무대'로만 규정한 가운데 동맹국인 한국·일본·호주 역할은 축소됐고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중국과 크게 갈등을 빚고 있는 필리핀은 문서에서 사실상 삭제됐다고 짚었다.
CFR은 이러한 동맹을 중심에 두지 않는 전략은 결과적으로 중국에 "전략적 공간"을 열어줄 수 있다는 우려로 연결된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동맹 네트워크 기반을 약화하는 것은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허용할 위험이 있다고 봤다.
다만, 새 NSS에서 대만이 다뤄진 부분에 대해선 다른 해석도 나온다.
미 국가정보국(DNI) 산하 국가정보위원회(NIC)에서 북한 담당 정보관을 지낸 마커스 갈라우스카스는 일부 문구가 바뀌었지만 NSS엔 "'대만을 장악하려는 어떤 시도도 무력화하거나, 대만 방어를 불가능하게 만들 정도로 우리에게 불리한 군사력 균형이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도록 미국과 동맹국의 역량을 강화한다'는 노골적인 명령에 주목해야 한다"며 "이는 대만 방어에 관해 이전 어떤 NSS보다도 강력한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대만 관련 법안 서명과 첨단 무기 판매 등 구체적 조치도 이를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인도·태평양에서 확장억지를 유지·강화할 것이며, 동시에 역내 동맹국들에 더 큰 군사적 기여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전략적 기대치를 조정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CFR은 이외에 새 NSS는 서반구(미주 대륙)를 미국 안보 전략의 최우선 지역으로 설정했다고 전했다. 또 유럽을 "문명적 쇠퇴·정체성 상실"로 비판하며 유럽 극우 세력 지지 의사까지 내비쳤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에 대해선 적국 규정을 피하며 "많은 유럽인들이 러시아를 실존적 위협으로 간주한다"는 식으로 위협을 모호하게 표현했다. 아울러 중동 비중 축소를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시리아·레바논 문제에 깊이 개입 중이어서 정책적 모순이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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