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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슬린 아이젠하트 "AI 버블, 닷컴 버블과 닮았지만…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홍채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09 11:01

수정 2025.12.09 11:01

"기업 AI 실험 90% 실패…성공은 '인간·AI 조합 능력'에 달려"
"버블은 투자자 문제…일반 사용자·기업에게 중요한 건 가치 창출"
8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용재홀에서 캐슬린 아이젠하트 스탠퍼드대 교수가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사진=홍채완 기자
8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용재홀에서 캐슬린 아이젠하트 스탠퍼드대 교수가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사진=홍채완 기자
[파이낸셜뉴스] AI 산업 거품 논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캐슬린 아이젠하트 스탠퍼드대 교수는 "투자·인프라 버블보다 중요한 것은 AI가 실제 가치를 만들어내느냐"라고 강조하며, 기업들은 높은 도입 비용과 90%에 달하는 실패율 속에서 여전히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이젠하트 교수는 8일 서울 연세대학교에서 'AI와 비즈니스의 미래'를 주제로 개최된 제4회 YVIP 국제학술대회에서 생성형 AI가 조직 구조에 미칠 변화를 설명하며, 특히 중간숙련 근로자가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고숙련 인력은 이미 높은 역량을 갖추고 있고, 저숙련 직군은 대체 위험이 크거나 AI 활용 능력이 제한적"이라면서 실질적인 생산성 향상은 그 사이에 있는 직군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금융·은행업처럼 문서 기반 작업 비중이 높은 산업은 AI 도입 속도가 빠른 반면, 물리적 노동 중심 산업은 변화가 더딜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의 AI 도입에 대해선 지나친 기대를 경계했다.

아이젠하트 교수는 많은 기업이 AI가 가져올 자동적 효율 상승을 과신하고 있다면서, 미국 핀테크 기업 클라르나(Klarna)를 사례로 들며 "실제론 기업의 AI 실험 중 90%가 실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 항공사의 시범 도입 사례를 제시하며 대화형·상황 대응형 업무는 생성형 AI가 더 뛰어났지만, 안정성·정확성이 필요한 영역은 기존 코드 기반 시스템이 우수했다고 설명했다. 관건은 AI와 기존 시스템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AI 거품론에 대해서는 과열 신호가 일부 존재하더라도 이를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견해를 내놨다. 그는 닷컴 버블(2000년 전후 인터넷 기업에 대한 과도한 기대와 투자) 시절에도 큰 흥분과 혼란이 있었지만 시장은 결국 새로운 균형을 찾아갔다며 "투자 버블은 투자자의 문제이고 데이터센터 인프라 버블 역시 해당 플레이어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일반 사용자와 기업에게 진짜 중요한 것은 기술의 과열 여부가 아니라 'AI로 무엇을 실제로 만들어낼 수 있느냐'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향후 AI의 확산에서의 가장 큰 불확실성은 기술이 아니라 인간과 조직의 대응이라고도 지적했다. 아이젠하트 교수는 "사람들이 AI로 인해 자신의 생산성이 훨씬 높아졌다고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 같은 환각과 착시를 극복하는 능력이 앞으로 조직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AI가 계속 더 똑똑해지고 가격은 떨어지겠지만, 기업이 이를 실질적인 팀원처럼 활용하기까진 여전히 많은 학습과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whywani@fnnews.com 홍채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