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떠나가는 인재 잡으려면 세 가지 미(味)에 '이것'까지 필요"...前 삼성전자 회장의 일침

정원일 기자,

임수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08 11:43

수정 2025.12.08 15:16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 '다시 초격차' 북콘서트서 강연 "중국이라는 큰 변수 간과...과거 성공모델 계속되지 않을 것" "퍼스트무버, 남 안 하는 것 하려면 많은 고민할 시간 줘야"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 정원일 기자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 정원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중국에 대응하려면 새로운 발상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기존에 해왔던 패스트팔로워, 쉽게 말해 모범생을 키우는 전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앞으로 유효하지 않을 것이, 전방위적인 개혁이 필요합니다."
삼성전자 반도체 신화의 주역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이 과거 우리나라의 발 빠른 성장을 주도했던 기업들의 '패스트팔로워' 전략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초격차'를 벌리기 위해선 새로운 것을 먼저 발굴해 산업화하는 '퍼스트무버'가 돼야 한다고 권 전 회장은 진단했다.

권 전 회장은 8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 서울 오키드룸에서 열린 북콘서트 '다시 초격차'에서 "카피 모델로 여기까지 왔지만, 지금은 카피할 대상이 없다"며 "패스트 팔로워(빠른 추격자)의 방식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권 전 회장은 1985년 삼성전자에 반도체 연구원으로 입사해 2008년 반도체총괄 사장, 2012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직에 오른 핵심 경영자다. 2017년 삼성전자가 인텔을 제치고 세계 1위 반도체 기업에 올랐을 때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듬해 펴낸 저서 ‘초격차’는 그의 33년 경영 전략을 정리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날 권 전 회장은 "요새 우리 기업들의 발전이 더딘 이유는 자신들의 과거 성공모델이 계속될 것으로 생각해서인데, 그렇지 않다"라며 "중국이라는 큰 변수 나타난 것 아직도 간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가 경제 대국이 됐고 수출 규모도 크지만, 반도체, 휴대폰, 조선, 철강, 화학 등 아이템 하나하나를 살펴보면, 자체적으로 만든 것이 하나도 없고 다 선진국 것을 카피한 것"이라며 "그것을 물론 훨씬 값싸게 좋게 만들어서 이만큼 왔지만, 점점 부가가치가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퍼스트무버는 남이 안 하는 것을 해야 하는데, 이는 매우 많은 고민과 사고를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미팅하고 회의하고 자료 찾고 이런 기업 일상이 아직 유지되고 있는데, 시간적 여유를 주고 순수 과학계 사람들도 만나고 어떻게 산업에 연결할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영은 결국 사람을 다루는 기술이라는 점도 역설했다. 권 전 회장은 "(다른 회사에) 천대 박대 받으며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말만 했다는 것을 느꼈다"며 "사람의 마음 사는 것이 사업의 첫 번째, 조직관리의 첫 번째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때 제가 재탄생했다고 생각한다"며 "처음으로 경영이라는 것은 사실은 사람을 핸들링하는 기술이라는 것을 깨우쳤다"고 말했다.

인재를 붙잡기 위해 기업들이 명확하고 단순한 메시지로 구성원들의 공감을 끌어내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그는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의 경영철학 '사업보국'을 예시로 들며 "'회사에서 구성원들을 책임져주겠다, 그러면 나라도 좋아질 것'이라는 마음에 감동한 삼성 입사자들 밤낮으로 일했고, 지금의 삼성을 만들었다"며 "그런 식의 단순하지만 클리어한 메시지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나라 대기업도 중견기업도 스타트업도 지향하는 목표를 명확하게 설명해 주는 곳이 없다"며 "인류 사회를 위해 봉사한다, 가치를 창출한다고 하지만 추상적이고, 맞는 말이라고 해도 마음에 공감은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권 전 회장은 인재를 잡을 수 있는 세 가지 미(味)를 제시했다.
그는 "사람이 회사에 다니는 이유는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해서가 아니다"라며 "내가 이 회사에 존재하는 의미, 일을 하면서 느끼는 흥미, 좋은 사람들과 일하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단, 세 가지 요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했다.
권 전 회장은 "결국 마지막에는 보상이 있어야 한다"며 "세 가지 미와 보상이 주어지면 인재는 떠나지 않지만, 네 가지 중 하나만 결여돼도 인재는 떠난다"고 전했다.


one1@fnnews.com 정원일 임수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