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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범 조진웅 은퇴에 갑론을박…"사회적 생매장" vs "피해자 고려"

뉴시스

입력 2025.12.08 11:37

수정 2025.12.08 11:37

교화 목적 소년범 취지 지적…"이미 법적 처벌 받아" 피해자 중심주의 반론도…"소년·성인 다르지 않아"
[서울=뉴시스] 배우 조진웅.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제공) 2024.07.3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배우 조진웅.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제공) 2024.07.3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배우 조진웅이 과거 30여년 전 미성년자 시절 범죄가 공론화 되자 은퇴를 선언한 이후 사회 각계각층에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이미 법적 처벌을 받았는데 과도한 사회적 비난을 받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범죄 피해자의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조진웅이 은퇴를 선언하자 그의 은퇴를 만류하며 옹호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교화가 목적인 소년범이 성인이 돼서 충분히 반성하고 살아간다면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장을 지낸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조진웅의 경우 청소년 시절에 잘못했고, 응당한 법적 제재를 받았다"며 "청소년 범죄는 처벌을 하면서도, 교육과 개선 가능성을 높여서 범죄의 길로 가지 않도록 한다.

이게 소년사법 특징이다. 소년원이라 하지 않고, 학교란 이름을 쓰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이라고 했다.

한 교수는"그 소년(조진웅)이 어두운 과거에 함몰되지 않고, 수십년간 노력하여 사회적 인정을 받는 수준까지 이른 것은 상찬 받을 것이다. 지금도 어둠 속에 헤매는 청소년에게도 지극히 좋은 길잡이고 모델일 수 있다"며 특정 개인에 대한 "생매장 시도"라고 지적했다.

청소년 쉼터를 만들었던 대한성공회 송경용 신부도 "어린 시절 잘못에 대해 합당한 처벌을 받고 반성하면서 살아간다면 오히려 응원해 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연예계에서도 옹호의 목소리가 나왔다.

배우 정준은 조진웅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형의 예전에 잘못이 옳다고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형이 치러야 할 죗값은 형의 어린 시절 치렀다고 생각한다. 그 꼬리표가 평생을 따라다녀야 한다면…"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힘내 형. 형 팬들이 하지 말라고 할 때 그때 떠나라. 지금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가수 이정석도 "연예계 은퇴? 왜 그렇게까지 만드나. 너희는 그리 잘 살았고 살고 있나. 세상이 안타깝고 더럽다"고 했다. 주어는 없었으나, 이날 은퇴 선언한 조진웅을 지칭한 것으로 보였다. 현재는 글이 삭제된 상태다.

하지만 피해자 중심주의 관점에서 이번 논란을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가 의도적으로 범죄 전력을 밝히지 않고 활동하면서 피해자에겐 2차 가해가 됐을 것이란 주장이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생매장’ 표현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디스패치는 조진웅의 과거의 잘못을 물어 다시 처벌하자는 것이 아니다. 국민이 주변 사물과 사람들을 평가함에 있어서 필요하다고 생각한 사실을 밝혀내었을 뿐”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또 “전두환과 노태우가 법에 대한 처벌을 받았다고 해서 국민들이 그들의 내란 및 학살이라는 과거를 근거로 그들을 비난할 수 없는가”라고 반문하며 "타인들이 나를 싫어하게 되는 계기가 된 사실을 밝히고 서로 공유한다고 해서 이를 '사적 제재'나 '생매장'이라고 한다면 우리 스스로를 바보로 만들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를 변호했던 김재련 변호사도 “가해자가 소년이든 성인이든 ‘피해자 중심주의’가 적용돼야 한다”면서 “거취 발표에 앞서 ‘피해자’에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입장을 밝혀 주었더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들었다”고 말했다.

조진웅은 평소 여권을 공개 지지하며 활동을 이어왔는데 이에 여야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진웅의 은퇴 소식에 “저도 깜짝 놀랐다”면서 "대중들에게 이미지화 된 그의 현재(모습)는 잊힌 기억과는 추호도 함께 할 수 없는 정도인가"라고 했다.

같은 당 김원이 의원도 "청소년 시절의 잘못을 어디까지, 어떻게, 언제까지 책임져야 하는가? 고민이 깊어진다"고 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조진웅은 가명을 쓰고 범죄 전과를 감추며 온갖 정의로운 척 위선으로 지금의 지위를 쌓았다"며 "피해자들은 평생을 고통에 헤맨다. 가명 때문에 당시 극악했던 범죄자가 조진웅인지 모르고 지냈을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감쌀 일인가? 당신들 가족이 피해자라도 청소년의 길잡이라고 치켜세울 수 있냐"고 반문했다.

같은 당 나경원 의원은 해당 논란을 계기로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 공직자와 고위공무원의 소년기 흉악범죄 전력을 국가가 공식 검증하고 국민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앞서 연예매체 디스패치는 지난 5일 조진웅이 고등학교 시절 중범죄로 소년원에 송치됐다고 보도했다.
조진웅은 이후 소년범 사실은 인정했으나 성폭행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냈고 지난 6일 은퇴를 선언했다.

은퇴 선언으로 인한 후폭풍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가 주연을 맡은 tvN 드라마 '두 번째 시그널'은 내년 편성이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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