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뉴스1) 배수아 기자 = 택시기사를 흉기로 살해한 후 도주하는 과정에서 행인 2명을 쳐 다치게 한 20대 남성에게 검찰이 사형을 구형했다.
8일 수원지법 형사15부(정윤섭 부장판사)는 살인, 살인미수, 절도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A 씨의 변론을 종결했다.
이날 재판은 검찰 구형과 더불어 피고인 신문이 진행됐다. 재판부는 또 유족에게 발언할 기회도 줬다.
검찰은 A 씨에게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하면서 "피고인의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피고인은 피해자가 자신을 룸미러로 본 것에 화가나 범행에 이르렀다고 변명하면서 범행의 원인을 피해자에게 돌리고 있어 범행을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A 씨는 지난 6월 26일 오전 3시 27분께 경기 화성시 비봉면 한 도로에서 60대 택시기사 B 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또 택시를 훔쳐 달아나는 과정에서 마을 주민인 50대 C 씨와 60대 D 씨 등 2명을 연이어 들이받아 다치게 한 혐의도 있다.
C 씨 등은 각각 골절과 타박상 등을 입고 병원 치료를 받았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1시간여 만인 같은 날 오전 4시 40분쯤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서 "바퀴 없는 차량이 돌아다니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검거됐다.
당시 그는 손 부위를 자해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받았다. B 씨 택시 안에서 발견된 A 씨 가방에서는 흉기 3점이 발견됐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서울 강남구에서 택시를 잡아 귀가하는데 B 씨가 길을 헤매 시비가 붙었다"며 "흉기는 나를 보호하기 위해 챙겨 다녔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수사 당국은 A 씨가 목적지를 찾지 못하고 약 30분간 헤매는 B 씨와 실랑이를 벌이다 범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A 씨는 범행 두 달 전 조모를 상대로 강도 범행을 저질러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A 씨측 변호인은 피고인 신문 과정에서 A 씨의 정신병력으로 인한 망상 등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을 강조했다.
변호인은 A 씨에게 "피고인 안의 또 다른 인격체가 나와서 피해자를 죽이라고 한거냐"고 하자 이를 방청 중이던 유족이 "무슨 소리냐"고 변호인을 향해 소리치기도 했다.
변호인이 또 "극단 선택을 하려던 시도도 여러차례 있는데, 이럴 때마다 다른 인격체가 시킨거냐"고 하자 A 씨는 "초등학교 3학년때부터 극단 선택 시도를 많이 했다"고 답했다.
이어 "피고인은 평소 망상도 보이는 거 같은데 교도관에게 폭언을 들었다고도 했다. 어떤 폭언이었냐"고 하자 A 씨는 "교도관이 나의 눈을 뽑아 죽인다고 했다"고도 했다.
재판부도 A 씨에게 "피해자에게 두 번째 흉기를 들이밀었을 때 피해자를 반드시 죽여야 한다고 생각했냐"고 물었고 A 씨는 "그렇다"고 했다.
재판부로부터 발언 기회를 얻은 유족은 "반성하는 모습이 없어 보인다"면서 "자신의 죄를 감추는 것만 보여 더 화가 난다. 끝까지 우리 가족을 기만하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A 씨 측 변호인은 최후변론에서 "피고인은 모든 범행을 인정하고 있다"면서 "다만 정신감정 결과 지적 수준이 매우 낮고 사고 자체가 비논리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인격체에 의해 조종을 당하고 있는 망상 등의 정신병력에 범행에 영향을 미쳤다는 걸 참작해달라"고 호소했다.
A 씨도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너무 죄송하다"고 최후진술을 마쳤다.
A 씨에 대한 선고 기일은 2026년 1월 15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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