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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프라틱 사커 "AI는 혁신이자 위협…단일한 정의도, 단일한 미래도 없다"

홍채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09 11:02

수정 2025.12.09 11:02

AI 둘러싼 4대 주요 담론 소개
8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제4회 YVIP 국제학술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인공지능(AI)과 비즈니스 전략 등을 논의했다.사진=홍채완 기자
8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제4회 YVIP 국제학술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인공지능(AI)과 비즈니스 전략 등을 논의했다.사진=홍채완 기자
[파이낸셜뉴스] 버지니아대학교의 수프라틱 사커 교수는 8일 서울 연세대학교에서 'AI와 비즈니스의 미래'를 주제로 개최된 제4회 YVIP 국제학술대회에서 "AI는 단일한 기술이 아니라 '끊임없이 움직이는 프런티어(경계가 계속 확장되는 영역)'이며, 학계와 산업계가 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미래가 그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커 교수는 먼저 기술계 주요 인물들의 발언을 인용하며 "AI가 불이나 전기보다 혁명적이라는 주장부터, 노동이 사라지는 사회가 도래할 것이라는 주장, 심지어 'AI 연구 1년이면 신의 존재를 믿게 된다'는 주장까지 혼재돼 있다"며 과도한 '매혹'과 '공포'를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현상 자체가 AI의 복잡성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사커 교수는 AI를 해석하는 네 가지 주요 담론들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AI를 전기·인터넷에 빗대며 '혁신과 효율을 이끄는 파괴적 기술'로 보는 관점이었다. 그는 "라이브커머스, 콜센터, 소셜미디어 마케팅 등에서 AI가 생산성과 매출을 유의미하게 끌어올린 연구들이 실제로 축적되고 있다"며 "이 관점은 매우 낙관적이며 때로는 유토피아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 담론에서 조직 내부의 인력 재편, 사회적 비용, 기술의 부작용 같은 문제는 거의 논의되지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두 번째 담론은 인간과 AI를 '협력적 파트너'로 보는 관점이었다. 그는 투자 자문, 그래픽 디자인 등에서 인간·AI 조합의 성과가 한 주체의 단독 작업보다 높게 나타난 사례를 제시하면서도 "AI와의 협업은 인간에게 불확실성과 부담을 동반한다"고도 짚었다.

세 번째는 AI를 '거버넌스·데이터 윤리'의 문제로 규정하는 담론이었다. △편향·차별 △사생활 침해 △민주주의 훼손 △책임성 불투명성 등을 다루는 연구 흐름인데, 이와 관련해 사커 교수는 "책임 있는 AI는 '0 아니면 1'식의 문제처럼 단순하지 않다"면서 조직은 효율성과 윤리 준수 사이의 긴장을 실질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 담론은 AI를 인간 존재에 대한 '실존적 위협'으로 보는 관점이었다. 사커 교수는 △AI가 인간 지능을 모든 영역에서 능가하는 '초지능'의 등장 △인간의 기술 통제력 상실 △알고리즘 오염 △편의성과 효율을 얻는 대신 인간성과 자율성 등을 잃는 '파우스트'적 거래 등 개념이 여기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사커 교수는 "각 담론들은 서로를 침묵시키기도 한다"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기술 낙관론이 윤리 문제를 가리고, 규제 중심 시각이 혁신의 기회를 놓치게 만드는 식으로 현실이 움직인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사람들에게 한 가지 관점만이 아니라, 각 관점들의 전제와 편향을 함께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8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용재홀에서 버지니아대학교의 수프라틱 사커 교수가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사진=홍채완 기자
8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용재홀에서 버지니아대학교의 수프라틱 사커 교수가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사진=홍채완 기자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사커 교수는 'AI의 부작용을 너무 앞서 걱정하면 기술·경제 연구 자체가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기술적 문제를 먼저 모두 해결한 뒤 윤리 문제를 논의하자는 접근은 현실에서 성립하지 않는 사고"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혁신과 위험에 대한 연구는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질문은 실제 교육 현장에서 나타나는 변화와 관련된 것이었다. 사커 교수는 '학생들이 생성형 AI로 과제를 하지만 과정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현상이 확산되면서 유추·직관·상상력 같은 고차원적 사고 능력이 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정말 심각한 문제"라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사람들이 '계산기 나왔을 때도 그랬다. 그런데 지금도 잘 살지 않느냐'라는 식으로 이 문제를 축소하거나 침묵시키려 한다"면서 "그러나 계산기와 생성형 AI는 같지 않다.
기술 의존으로 인한 탈숙련의 역사가 있었다고 해서 지금 상황도 똑같이 흘러갈 것이라고 단정할 순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whywani@fnnews.com 홍채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