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현 국민대 석좌교수(전 산림청장)
지구촌 주요 국가들은 ‘예방 중심’으로 ‘산불 관리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다. 미국은 이격 공간을 확보하고 산불 연료 저감과 비화(飛火)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숲 가꾸기’를 확대하고 있다, 프랑스는 예방 중심의 산불방지법을 제정했다. 오스트리아는 산불 예방과 전략 수립을 위해 무인 항공기(UAV) 등을 도입했다. 포르투갈은 산림 연료 관리를 산불 예방의 핵심 전략으로 채택하고 ‘내화 건물 설계’를 의무화했다. 유럽연합은 산불 재난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유럽 시민 방호 메커니즘(대규모 재난 발생 시 공동협력과 지원)’을 도입했다. 스웨덴은 실시간 ‘위성 기반 자동산불감시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렇다면 왜 지구촌 국가들은 산불을 예방 중심의 통합 관리로 전환해 나가고 있는 것일까.
기후 변화 등으로 산불이 일상화되고 대형화되고 있다. 산불이 발생하면 수십 년간 애써 가꿔 온 소중한 숲이 잿더미로 변한다.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는 물론 엄청난 이산화탄소가 발생해 기후 위기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숲을 복원하려면 수십 년의 세월을 기다려야 한다. 엄청난 피해 복구 비용이 필요하다. 따라서 산불이 발생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예방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산불 재난’으로부터 소중한 숲,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예방 중심의 통합적인 산불 관리’를 위해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먼저, 지구촌의 주요 국가들처럼 산불 발생 시 확산 방지를 위해 숲의 연료를 줄여야 한다. 우리 숲의 나무의 양은 지난 50년 동안 약 30배가 늘어났다. 산불 취약지를 중심으로 산림 내 연료 물질 제거를 위한 ‘산불 예방 숲 가꾸기’를 대대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 결과 숲 가꾸기를 한 경우 수관화(樹冠化·나뭇가지와 잎에 불이 옮겨붙어 꼭대기 층이 통째로 타는 산불) 피해율이 약 50%, 전체 연소량은 4배가 각각 줄어들고, 산불 진화 효율은 약 2배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로, 산불의 주요 원인별로 맞춤형 사전 예방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 산불의 주요 원인인 산림 인접지 영농 부산물 소각 행위를 금지하고, 정부 지원을 통해 ‘찾아가는 영농 부산물 파쇄’를 확대해야 한다. 산불 취약지는 입산 통제와 등산로 폐쇄를 강화해야 한다. 대형산불에 취약한 동해안 지역 등을 중심으로 생활권 주변에 내화수림대(耐火樹林帶) 조성하고 화재, 주택 등 주요 시설물 보호를 위해 산불방지 안전 공간을 조성해야 한다. 산불에 강한 나무로 내화수림대를 조성하면 산불이 통과할 때 확산 속도가 약 40% 더 느리게 진행됐고 피해 면적도 20%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셋째,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산림 내 다중이용시설 주변에는 산불 소화 시설을 확충해야 한다. 산불 여부를 실시 간 감시 판독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반 ‘정보통신기술(ICT) 플랫폼’을 확대하고 드론을 활용해 산불취약지역 소각 활동을 집중적으로 감시해야 한다. 산불 감시 카메라 외 도로관리 및 송전선 관리용 폐쇄회로(CC)TV 활용감시구역을 확대해야 한다. 넷째, 동시다발 산불에 대응하기 위해 인력과 장비 등 범부처 진화 자원 동원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공중과 지상에서 입체적으로 산불을 진화하기 위해 임도(林道)와 다목적 사방댐 등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 산불 지휘 체계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관련 기관 간 역할 분담 및 유기적인 협력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산불은 예방-대비-대응-복구에 이르기까지 ‘범국가적 통합산불관리체계’를 운영해야 한다. 문제는 관련 예산의 확보다. 산불을 막는 것은 곧 숲을 가꾸는 일이며, 숲을 가꾸는 일은 국가가 책임져야 할 공공의 과제다.
kwj5797@fnnews.com 김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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