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AI, 일자리 만들까 없앨까…월가의 낙관론 vs 석학의 경고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08 14:02

수정 2025.12.08 14:02

'월가의 황제' 제이미 다아먼 JP모건체이스 회장. 뉴시스
'월가의 황제' 제이미 다아먼 JP모건체이스 회장.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인공지능(AI)이 일자리에 미칠 영향과 규제 필요성을 둘러싸고 상반된 전망이 제기됐다. '월가의 황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은 AI가 단기간에 대규모 일자리 축소를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한 반면, 타임지 선정 'AI 100인' 밀라그로스 미셀리 박사는 AI 산업이 지적·노동·환경 착취를 확대한다며 강도 높은 경고를 내놨다.

다이먼 회장은 7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시사대담 프로그램에서 AI의 확산이 "트랙터·비료·백신이 그랬던 것처럼 인류의 생명을 보호하고 생산성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적절한 규제가 마련된다면 내년에 AI가 일자리를 대규모로 줄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여러 산업에서 임금과 고용이 감소하는 흐름이 존재하며 이를 모두 기술 탓으로 돌릴 수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다이먼은 항공기·의약품·자동차와 마찬가지로 AI도 단점이 있어 규제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기술 확산 과정에서 사라진 일자리만큼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며 재교육·전직 과정에서도 AI가 활용돼 노동자들이 더 나은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AI가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며 "근로자들이 자기계발을 병행한다면 취업 기회는 오히려 넓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반해 AI의 이면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거세다. 아르헨티나 출신 AI 연구자 미셀리는 사회학·컴퓨터공학 박사로, 독일에서 활동하며 기술 중심 논의에 가려진 윤리·노동·환경 문제를 제기해 온 전문가다. 그는 같은 날 부에노스아이레스 공개 강연에서 "AI 산업은 혁신을 외치지만 그 내부에는 착취 구조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첫째로 생성형 AI 모델 학습 과정에서 발생하는 창작물의 무단·비동의적 사용을 '지적착취'라고 표현하며 "AI는 창작이 아니라 인간 창작물의 대량 추출·혼합(remix)일 뿐이다. 공익이 아닌 소수 기업의 이익 극대화 모델"이라고 비판했다. 둘째로 텍스트 라벨링, 이미지 분류, 유해 콘텐츠 제거 등 AI의 기반을 만드는 '데이터 노동'이 극도로 취약한 고용 구조에 놓여 있으며 이들의 존재가 의도적으로 가려져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는 비용과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제도적 설계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또 AI 데이터센터가 막대한 전기와 물을 소비하면서도 정작 지역사회에 거의 일자리를 제공하지 않는 현실을 '자원착취'로 규정했다.
미셀리는 "데이터센터는 초기 건설 붐 이후 약 150∼200개의 일자리가 전부다. 슈퍼마켓 하나와 비슷하다"면서 환경 부담은 지역이 떠안고 기업은 이익만 가져간다고 주장했다.


미셀리는 기술 그 자체보다 더 큰 위험은 "데이터·인프라·노동을 장악한 소수 글로벌 기업이 진실의 기준을 정하는 권력까지 갖게 되는 것"이라며 "기술은 언제나 정치적이며 비용을 보지 않고 기술을 숭배하는 것은 공동체와 지구에 해를 끼친다"고 덧붙였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