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보험연구원은 ‘공·사 건강보험 상생을 위한 정책과제’ 세미나를 열고 5세대 실손보험 도입과 공·사 보험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핵심 과제를 제시했다. 비급여 관리제도 정비, 공·사 보험 정보 연계 강화가 공통된 해결책으로 꼽혔다.
“비급여 가격, 병원 따라 60배 차이”… 건보·실손 모두 위기
김진현 서울대 간호학과 교수는 비급여 의료비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며 비급여 가격관리와 선진입 의료기술 규제체계를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김 교수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건강보험공단, 보험개발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대표 비급여 항목의 병원간 가격 격차가 최대 62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도수치료 62.5배 △체외충격파 치료 22.5배 △경막외강 신경성형술 19배 등 항목별 가격 차이는 천문학적 수준이었다.
상급종합병원 내에서도 동일 행위의 가격이 최대 8.8배, 종합병원은 11.4배 이상 차이 나는 등 가격 공개제도의 실효성이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 상태라고 짚었다.
정부의 비급여 정보 수집이 여전히 표본조사, 일부 항목 보고에 머무르고 있는 것도 문제로 꼽혔다. 김 교수는 “2023년 병원급 비급여 보고자료를 기준으로 연간 비급여 진료비는 5조657억원으로 추정되지만 의료기관이 평균 21개 항목만 보고하고 있어 전체 규모를 파악조차 못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특히 그는 선진입 의료기술이 새로운 비급여 사각지대로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근거 부족 상태에서 시장에 우선 진입해 환자에게 직접 적용되고, 가격 규제가 없어 고비용 진료를 양산하며, 연구와 진료가 병행돼 이해상충 우려도 크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비급여는 국민이 병원에서 체감하는 실제 의료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지만 정부의 관리체계는 여전히 부재하다”며 “이 사각지대를 방치하면 건강보험 보장성 약화는 물론 실손보험 재정도 지속가능성을 잃게 된다”고 강조했다.
"5세대 실손, 중증 중심으로 재편… 비급여 통제 없으면 효과 반감"
김경선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 초 도입되는 5세대 실손보험이 중증 중심 보장 강화·비중증 비급여 억제 구조로 재설계됐다고 설명했다.
급여 외래는 건보 본인부담률과 연동해 정책 정합성을 높이고, 비급여는 중증과 비중증으로 나눠 비중증 비급여에 대한 보상을 대폭 축소한다. 도수치료·비급여 주사·미등재 신의료기술 등 과잉 우려 항목은 면책 또는 자기부담 확대가 적용된다.
그러나 5세대 실손의 효과는 비급여 관리·가격 규제와 함께 갈 때만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 연구위원 △구(舊)비급여 재평가 △관리급여 확대 △비급여 가격상한·가이드라인 도입 △건보-실손 정보연계 법제화 등을 병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건보와 실손간 정보 단절로 인한 허위청구·이중수령 문제는 구조적 개선이 시급하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9~2022년 건보 본인부담상한제 환급금과 실손보험금 간 8580억원의 중복 지급이 발생했다.
김 연구위원은 "공·사 건강보험 정보 연계시 실손과 건보간 상호작용 분석 및 불필요한 보험금 중복 지급 방지가 가능하다"며 "공·사 건강보험 정보 연계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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