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구조조정을 위한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인 와중에도 전 세계적 수요 부진으로 수익성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 정부가 석화 기업들의 사업 재편을 주도하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특별법까지 국회에서 통과됐지만, 업황이 회복되지 않으면 여전히 미래가 어둡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석화업계에 따르면 업계의 대표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마진)는 지난달 기준 135달러로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나프타분해시설(NCC) 업체의 스프레드는 245달러로, 지난 10월(260달러)보다 떨어진 것은 물론 지난해 4·4분기(291달러)와 비교해도 크게 낮은 편이다. 8월 미국의 상호관세 적용으로 가전, 가구, 의류 등 내구 소비재 생산이 위축되면서 석화제품 구매 약세로 이어진 결과다.
향후 석화업계의 수익성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한 미국 대법원의 판결, 내년 1~2월 중국의 석화 설비 폐쇄 발표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먼저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상호관세 등이 미국 1심, 2심에서 불법 판정을 받은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 대법원을 은근히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원이 관세 정책에 제동을 걸면 다른 국가들과 체결한 무역 합의가 어그러질 뿐 아니라 관세 덕분에 호황인 미국 경제가 뒷걸음질 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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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도 구조조정이 논의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 공업정보화부(MIIT) 등 중앙 부처 5곳이 참여하는 형태로 지방정부에 노후 석유화학 설비 정리를 지시한 상태다. 20년 이상 가동된 설비와 연산 30만t 미만 소규모 설비를 우선 통폐합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문제는 중국의 신규 증설 규모가 축소될 조짐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S&P글로벌에 따르면 전 세계 에틸렌 생산능력은 내년 2.42억t, 내후년 2.53t으로 매년 3~4% 증가 추세를 보일 예정이다. 수급 균형을 보여주는 에틸렌 설비 가동률은 내후년까지 하락세를 이어가고 2028년에야 수요 증가량이 신규 설비 증가량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석화업계에 올 연말까지 구체적인 사업 재편 계획을 제출하고 총 270만~370만t 규모의 NCC 감축을 요구하고 있다. 연말까지 시한을 맞추지 못할 경우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거듭 경고하고 있지만, 정부 계획대로 사업 재편을 추진하더라도 업황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영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부 국가들의 설비 폐쇄에도 중국을 중심으로 새로 증설되는 규모가 더 크다”며 “석유화학산업의 공급 과잉 및 스프레드 약세는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조용원 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당분간 (에틸렌) 스프레드가 빠르게 개선될 요인이 별로 없어 보인다”며 국내 석화 산업 회복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관측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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