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이원화된 고속철도 통합 로드맵'
내년 3월 수서발KTX-서울역SRT 운영 시작
전문가 "운영 통합 동의…기관 통합 성급"
"공론화·토의 부족…소비자 편익 따져봐야"
[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정부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수서발고속철도 에스알(SR)간 철도 통합 추진을 공식화한 가운데 철도업계에선 10년 만에 경쟁체제에서 독점체제로 원상복귀하는 데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속철도 통합에 따른 편익을 구체화하고, 방만 경영과 서비스 악화 우려를 불식할 수 있도록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8일 '이원화된 고속철도 통합 로드맵'을 발표했다. 로드맵은 2026년 말까지 코레일과 SR 기관 통합을 목표로 추진하고, 그에 앞서 내년 3월부터 '수서발KTX' '서울역발SRT'로 기종점을 교차 운행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게 골자다.
현재 20량, 955석 규모로 SRT보다 좌석수가 많은 KTX-1 차량을 수서역에 투입해 수서역의 초과 수요에 대응한다.
이로써 2013년 SR 출범, 2016년 SRT 운행으로 문을 연 고속철도 경쟁 체제는 이르면 내년 기관 통합이 이뤄질 경우 10년 만에 단일 고속철 체제로 돌아가게 됐다.
코레일·SR 통합은 문재인 정부에서 논의를 시작했지만 윤석열 정부 시절 거버넌스 분과위원회에서 통합 결정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며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고속철도 통합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하면서 다시 논의가 불붙었다.
철도노조와 여권은 환영 입장을 밝혔다. 전국철도노동조합은 "고속철도 운영기관의 통합은 철도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뿐만 아니라, 공공성 또한 높일 초석임을 확신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철도노조는 통합시 중복비용 405억원을 절감하고, 일일 1만6000석의 좌석 증가효과가 나타난다고 추산한 바 있다. 특히 KTX 운임을 SRT와 같이 10% 인하하더라도 470억 가량의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지난 2016년 도입한 고속철도 경쟁 체제를 10년 만에 뒤엎는 결정임에도 공론화 과정이나 근거 마련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윤진환 국토부 철도국장은 "의견 수렴과정에서 통합에 대해 찬반양론이 갈린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정부로선 통합하는 쪽이 이원화된 체제보다 편익이 더 클 것으로 보고 통합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철도통합에 따른 방만경영, 서비스 질 저하 우려에 대해선 "코레일과 SR은 공사와 공공기관 간 통합이어서 정부가 콘트롤할 수 있는 부분이 민간회사보다 많다"며 "최소화될 수 있도록 관리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최진석 철도경제연구소장은 "수서발KTX, 서울역발SRT와 같은 운영 통합에는 동의하지만 기관 통합은 굉장히 성급하다"며 "국민 관점에서 어느 쪽이 더 좋은 시스템인가, 더 편리한가를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이 없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속철도 통합에 따른 경영상 이익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최 소장은 "현재 국가철도공단이 부과하는 선로 이용료를 SRT는 운송 수입의 50%, KTX는 34%를 부과하고 있는데 코레일 중심의 통합이 되면 이 사용료를 SR 역시 코레일 수준으로 낮추게 된다"며 "공단의 부채 개선 속도도 느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10년 전 경쟁 체제 도입 당시와 비교해 국가 기간 교통망의 변화가 없음에도 논리를 완전히 뒤집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론화를 위한 여론조사나 토론 없이 급속도로 빨리 발표된 것에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가 발표한 통합 로드맵 상 KTX와 SRT간 교차운행을 우선 실시한 뒤 이에 따른 통합 편익을 시간을 두고 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강 교수는 "기관 통합은 충분히 시간을 두고 운영 통합을 통해 얻은 결과를 지켜본 다음에 논의해야 할 부분"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통합을 통해 얻을 이익이 경쟁 체제로 소비자가 누리는 편익을 훨씬 뛰어넘느냐, 비슷비슷하냐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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