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투자심사 비중 56% 넘지만 면제·누락 사례 지속
‘의무 부담’ 기준 모호... 타당성 검증 사각지대 확대 우려
예정처 “심사 기준 정교화하고 사후 관리 강화해야”
‘의무 부담’ 기준 모호... 타당성 검증 사각지대 확대 우려
예정처 “심사 기준 정교화하고 사후 관리 강화해야”
[파이낸셜뉴스] 지방 자치재정권 강화 흐름 속에서 지방재정투자사업의 재정 운용 자율성이 커지고, 시·군·구가 스스로 사업 타당성을 판단하는 자체투자심사 비중도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제도 도입 30여 년이 지났음에도 투자심사 회피·미이행 사례가 반복되고 있어, 이에 상응하는 사업 책임성과 타당성 검증 체계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을 경우 지방정부의 재정건전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확대된 재정권에 걸맞은 심사 기준과 사후관리 체계 정비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9일 국회예산정책처가 내놓은 '지방행정투자심사제도운영 현황과 개선방안'에 따르면 2025년 예산 기준 통합 재정 지출 규모는 1087조 2381억원이며 이 중 지방재정 지출은 413조 9365억원으로 전체의 38.1%를 차지했다. 지방 재정 규모 역시 2020년 353조7000억원에서 2022년 367조6000억원, 2025년 413조9000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해 왔다.
지방재정투자심사란 지방 사업 필요성과 타당성을 사전에 검토해 계획적·효율적 재정 운영과 중복 투자 를 방지하는 제도다. 재정 자치권 확대에 따라 지자체는 스스로 사업비 산정의 적정성, 상위 계획 부합성, 자금 조달 가능성 등을 기준으로 종합 평가해야 한다. 심사 결과가 적정·조건부이면 예산 반영이 가능하고 재검토·부적정 이면 사업 추진이 제한된다.
최근 지방재정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투자 심사 건수도 늘었다. 2024년 기준 전체 투자심사 5891건 중 시·군·구 자체심사가 3321건으로 56.4%를 차지한다.
그러나 지방의 재정 권한 확대가 반드시 책임성 강화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지방재정투자심사제도는 1990년대 초 도입된 이후 지방사업의 사전 타당성을 검증하는 핵심 장치로 운영돼 왔지만 최근 일부 지자체가 형식적 절차만으로 심사를 갈음하거나, 심사를 피하기 위해 사업비를 쪼개거나 성격을 변경해 감사원 지적을 받는 사례도 나왔다. 또한 투자 심사 대상 판단의 핵심 요소인 ‘의무 부담’ 기준이 모호해 지자체 실무자가 해당 약정이 장래 재정 부담을 일으키는지 자체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국회예정처는 이러한 구조적 한계가 재정 자율성이 커지는 환경에서는 사각 지대가 더 크게 드러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사후 평가에선 투자 심사 경유 여부만 확인할 뿐 투자 심사 단계에서 설정된 총 사업비·수요 분석 등 핵심 가정이 검증되지 않아 재정 운용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 예정처의 설명이다.
이에 예정처는 제도의 실효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투자심사 면제 기준을 구체화하고 엄격하게 적용하며, 심사 회피·악용 사례를 차단할 수 있는 상시 점검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제도 도입 30년이 넘었지만 면제 제도 악용과 대상 사업 누락 사례가 반복된 점을 고려하면 면제 편입 과정에 대한 검증을 강화하고 심사 미이행에 대한 관리·제재 장치를 실효성 있게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사전심사·사후평가·예산편성이 단절적으로 운영되는 현행 재정 관리 체계를 유기적으로 연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예정처는 “일관된 기준과 관점에서 사업 효과성을 검증하려면 사후 주요 재정사업 평가에서도 총사업비 등 전제조건을 점검하고, 향후 예산안 편성 과정에 이를 활용해 사업 주기에 맞춘 효율적 재정 운용을 도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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