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장성희 기자 = 1994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도입 후 사실상 가장 어렵게 출제된 영어영역에 대한 비판 여론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고개를 숙였지만, 여전히 난이도를 둘러싼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평가원장 사퇴부터 절대평가 방식 변경 요구도 잇따라 당분간 수능을 둘러싼 여진은 계속될 전망이다.
8일 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4일 '2026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 발표 이후 평가원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영어영역의 출제 난도에 항의하거나 소명을 요구하는 게시글이 약 50건 게시됐다.
영어 영역이 절대평가의 취지와 달리 과도하게 어려웠다는 게 이유다. 평가원에 따르면 올해 수능 영어 1등급 비율은 3.11%다.
오승걸 평가원장은 채점 결과 발표와 함께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그럼에도 반발이 지속되자 교육부는 지난 5일 "수능 출제 및 검토 전 과정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즉시 시행할 것이며 조사 결과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평가원도 "절대평가 체제에서 요구되는 적정 난이도와 학습 부담 완화에 부합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수험생, 학부모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고 자세를 낮췄다.
사과와 조사 착수에도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수험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문제가 발생한 올해 2026년 수험생들에 대한 대책이 없으면 (교육부의 대응은) 공염불일 것"이라며 "등급 조정 등 무엇이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상대평가도 아니고 절대평가인 영어 난이도를 역대급으로 조절 실패하고 무슨 유감이느냐"며 "수능을 계기로 영어 학원 수요가 넘친다고 한다. 사태에 명확하게 책임지는 주체가 있어야 한다"고 평가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학술단체에선 이번 사태를 계기로 영어만 절대평가로 실시하는 현 평가 방식이 무의미하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단순 난이도와 관련한 지적을 넘어 전반적인 수능 평가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로 확장하는 모양새다.
한국영어관련학술단체협의회는 "영어 1등급 비율은 지난 6월 모의평가에서 19.1%, 9월엔 4.5%로 곤두박질쳤고 결국 본 수능에서 3.11%로 나타났다"며 "영어 절대평가는 처음부터 잘못 설계된 제도였고 그 구조적 오류가 한계에 다다랐다"고 강조했다.
특히 올해 수능 출제 관련 이의신청 675건 중 약 400건으로 가장 많았던 영어영역 24번 문항은 수험생·입시계로부터 크게 까다로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수능 만점자인 서울 광남고 왕정건 학생도 가장 어려웠던 문제로 해당 문제를 꼽았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교육당국이 그간의 출제 과정을 확실히 점검하고 적정 수준의 문제를 내기 위한 제도적인 보완에도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본 수능의 문제 출제 과정 점검뿐 아니라 고등학교 3학년 이전 학년에 대한 학습 수준 파악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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