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강력한 기술보호시스템 있어야 혁신·투자의 선순환 고리 만든다" [혁신의 시작, 특허사법개혁]

박신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08 18:11

수정 2025.12.08 18:11

(中) 기술보호정책 왜 필요한가
LG-SK 배터리 영업비밀 美소송
국내시스템 한계·국부유출 드러내
"강력한 기술보호시스템 있어야 혁신·투자의 선순환 고리 만든다" [혁신의 시작, 특허사법개혁]
"2019년 시작된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 배터리 영업비밀 소송이 미국에서 이뤄졌다는 사실은 국내 사법 시스템의 한계를 보여준다."

이강민 대한변리사회 부회장은 "이 소송은 막대한 비용을 감수하고 미국에서 진행됐는데 이처럼 국내 기업 간의 분쟁조차 해외에서 해결하려는 현상은 심각한 국부유출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실제 8일 지식재산(IP)관련 업계에 따르면 2022년 국내 기업 및 정부출연연구기관 IP관계자 대상 설문조사에서 기술자산분쟁 경험이 있는 설문참여자 중 83.3%가 소송을 포기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또 올해 특허청(현 지식재산처)과 벤처기업협회가 실시한 기술침해소송에 관한 설문조사에서는 기술침해소송을 경험한 기업의 73%가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증거수집의 곤란'을 꼽았다.

국내에서는 기술침해에 소송으로 대응하는 것 자체도 매우 어렵고 대응한다고 해도 그 피해사실을 입증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통계다.



이에 지식재산관련 전문가들은 강력한 기술보호시스템이 있어야 혁신과 투자의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 선순환 구조는 다음과 같은 단계로 작동한다.

1단계는 '자산의 안정성 확보'로 혁신가 즉 벤처·스타트업, 중소기업 등은 자신들의 핵심 자산인 기술자산이 법적으로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과감한 연구개발(R&D)투자를 단행할 수 있다.

2단계로는 '기술자산 가치평가의 정확성 증대'로 벤처캐피탈(VC)를 비롯한 투자자들은 강력한 보호가 뒷받침되는 기술자산을 기반으로 기업의 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게 된다. 기술탈취라는 예측불가능한 변수가 일정 부분 통제되면서 투자 리스크가 감소하고 이는 곧 투자 결정의 합리성을 높인다.

3단계로는 '자본흐름의 활성화'다. 투자 리스크 감소와 신뢰할 수 있는 가치평가는 더 많은 민간 자본이 기술 기반 벤처 생태계로 유립되는 것을 촉진한다.

4단계는 '혁신의 가속화'로 활성화된 자본투자가 스타트업의 성장을 가속화하고 더 야심찬 R&D를 가능하게 해 성공사례를 누적시키게 된다. 이같은 성공은 다시 혁신과 투자를 유인해 경쟁력 있는 기술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다.


강력하고 예측가능한 기술자산보호시스템은 글로벌 R&D협력에서도 중요한 전제조건이 된다. 글로벌 첨단 기업들은 자신들의 핵심특허와 영업비밀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국가에 R&D센터를 설립하거나 기술을 이전하는 것을 극도로 꺼리기 때문이다.


기술보호 강화를 위해 한국형 증거수집제 도입을 골자로 한 특허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는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기술보호 체계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에 정비하는 것은 단순히 국내기업을 보호하는 차원을 넘어 우리나라를 기술·산업 강국이라는 명성에 맞는 글로벌 혁신기술의 허브로 만드는 국가 경쟁력 강화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