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남북 교류에 냉랭한 북한
'개방 공포증' 탓 내부단속 먼저
핵무장 고도화 위해 시간 끌 듯
김정은식 '적대적 두 국가론'도
세습체제 위해 따로 살겠단 말
현 정부 이에 장단 맞춰선 큰일
'개방 공포증' 탓 내부단속 먼저
핵무장 고도화 위해 시간 끌 듯
김정은식 '적대적 두 국가론'도
세습체제 위해 따로 살겠단 말
현 정부 이에 장단 맞춰선 큰일
'무소식이 희소식이다'라는 말이 있다. 다만 남북관계를 속담처럼 낙관하긴 어렵다. 물밑에서 관계를 개선하려는 밀당조차 안 보이니…. 이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 조정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문을 두드렸지만, 김정은이 북한 체제 특유의 폐쇄회로에서 빠져나올 기미는 없다. 그 대신 최근 반체제 인사를 색출하는 국가보위성을 공개리에 찾았다. 외부와 접촉하는 당정 간부들에 대한 감시·통제의 고삐를 더 죄려는 신호다.
김정은은 2023년 처음 '적대적 두 국가론'을 내걸었다. 남조선을 한국으로 호명하고, 상종 못할 외국으로 치부하면서…. 그 연장선에서 지난 7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한국과 마주 앉을 일은 없으며, 어떤 것도 함께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김정은식 '두 국가론'의 지향점은 분명하다. 즉 "통일을 포기하고 남한을 별개의 적대 국가로 규정해 '민족 공동체' 논리를 버리고 '두 국가 현실론'을 제도화하려 한다"(안드레이 란코프 교수)는 지적이 적확하다. 남북 분단 고착화라는 불길한 그림자는 그 부산물이다. 체제 경쟁에서 완패한 김정은 정권으로선 현실적 선택이다. 자유롭고 풍요한 대한민국의 존재 자체가 세습독재 체제에 대한 실존적 위협이어서다. 북한은 이미 경제는 거덜 나고 핵무장의 대가로 '국제 왕따' 신세다.
남북 교류로 한류가 유입되고, 남한의 실상이 전해지면 북한은 체제가 흔들릴 판이다. 종전처럼 연방제 통일 운운하며 허세를 부릴 계제도 아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해외 기자들과 간담회에서 대북방송을 "쓸데없는 일"로 간주했다. 그 근거로 "(북한 주민이) 인터넷만 검색하면 필요한 정보는 다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번지수가 틀린 얘기였다. "2024년 초 북한 인구의 99.9% 이상이 인터넷 비연결 상태"(디지털 2024 글로벌 리포트)일 만큼 김정은 정권의 '개방 공포증'은 엄청나다.
그런데도 이재명 정부의 대북정책 스텝이 꼬이고 있어 큰일이다. 북한을 상대로 대화와 교류를 끈기 있게 추진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북측이 대화에 매우 부정적이니 문제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7월 말 담화에서 남북대화 여지는 차단하면서 핵 보유를 인정하면 미국과는 핵군축 협상에 응하겠다고 했다.
현 정부가 김정은 정권의 비위를 맞추는 데 급급한 인상을 주고 있다면 더 큰 문제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적대적'에서 '평화적'으로 포장지만 바꾼 채 김정은의 두 국가론을 복창하고 있으니 그렇다. 역대 우리 정부는 물론 북한 김일성·김정일 정권도 '하나의 코리아' 원칙을 견지했다. 남북 유엔 동시 가입 3개월 후 체결한 남북기본합의서에도 남북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로 규정했다. '두 국가'를 인정하면 분단 고착화로 귀결될 소지가 커지기 때문이었다.
우리보다 먼저 통일을 일군 독일의 전례를 보라. 정 장관은 지난 9월 베를린 '2025 국제 한반도 포럼' 연설에서 1972년 동·서독 기본조약 체결 후 서독이 동독을 사실상 주권국가로 인정했다는 취지를 설파했다. 하지만 진실은 다르다. 체제경쟁에서 밀린 동독은 줄곧 '두 국가론'을 외쳤으나 서독은 통독 때까지 이를 거부했다.
더군다나 김정은 정권은 동독 사회주의 정권과 달리 핵무장에 매달리고 있다. 분단이 장기화하면 그 피해를 남북 양쪽 구성원들이 죄다 뒤집어쓰게 된다. 우리 후세대들이 북핵을 머리에 인 채 살 게 뻔하다는 차원만이 아니다. 어린 김주애가 4대 수령이 될 때까지 북한 체제가 문을 닫아건 채 개혁을 거부한다면? 이로 인해 북한 주민이 겪을 질곡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만에 하나 그렇게 된다면 '두 국가론'은 "영구분단을 획책하는 반역사적 처사"(김천식 전 통일연구원장)로 실증된다. 북한이 외국이 되면 우리가 한반도를 통일할 명분과 국제법적 논리도 약화된다. 최악의 경우 유사시 북한 땅은 이웃 중국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중국의 동북공정이 이를 위한 '빌드업'이라면 괜한 기우일까. 분단 고착화를 부르는 섣부른 정책으로 '천추의 한'을 남겨선 안 된다.
kby777@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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