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보다 꼼꼼히 설계를"
한국은행이 중소기업 지원기준을 매출 중심에서 '업력'으로 바꾸자고 제안하면서 현장의 시선도 엇갈리고 있다. 업력 중심 선별이 곧바로 현장 효율성으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지원의 방향성 자체는 공감하지만 허리기업 지원을 함께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8일 업력기준 확대에 대해 "기업 업력이 길수록 매출·부가가치·연구개발(R&D) 활동이 안정적으로 늘어난다는 연구가 있다"며 업력 자체가 성숙도 지표로 기능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부산에서 뿌리산업기업을 운영하는 한 중소기업 대표는 업력 기준 확대에 대해 양면적인 반응을 보였다.
매출기준 지원이 불러온 성장회피 현상도 지적했다. 그는 "직원 수가 30명을 넘으면 갑자기 규제가 늘고 지원이 줄어든다. 그래서 30명 선에서 성장을 멈추는 기업도 많다"며 "업력·매출을 종합적으로 보고, 지원이 끊기는 구간을 어떻게 연착륙시킬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기업이 정말 어려울 때는 은행 대출이 막힌다. 필요 없을 때 빌리라고 하다가 정작 위기 때는 손을 떼버린다"며 "제품도 있고 고객도 있는데 일시적 자금난으로 무너지는 기업이 많다. 기업별 심층진단이 있었다면 살릴 수 있는 회사가 적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한은의 제안이 던지는 문제의식에는 동의하면서도 업력 중심 선별체계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매출액은 다른 경영 변수와 상관관계가 높아 가장 합리적인 지표 중 하나다. 사실상 고육지책"이라고 말했다. 이어 "업력 기준은 이미 여러 개별 사업에서 사용되고 있다"며 "이를 일괄 적용하기보다는 사업 목적에 따라 다르게 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피터팬증후군과 생산성 격차 문제도 단일 지표로 해결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영세 소상공인 비중이 높은 한국 구조에서는 정부·대기업·중소기업·노사 등 모든 경제주체가 함께 개선해야 가능한 문제"라며 "대·중소기업 간 거래구조도 녹록지 않아 단순히 선별기준만 바꾼다고 해결되기 어렵다"고 했다.
jimnn@fnnews.com 신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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