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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상관없이 '7년이하' 中企에 지원땐 GDP 0.45% 증가" [중기 지원책 개선 목소리]

김태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08 18:42

수정 2025.12.08 18:42

한은, 연구 발표 통해 제안
기준 '매출'서 '업력'으로 바꾸면
예산 유지하더라도 생산성 높아져
피터팬 증후군 완화 효과도 있어
'얼마나'보다 '어떻게' 쓸지에 초점
구조조정 마찰·비용 줄이기도 관건
"매출 상관없이 '7년이하' 中企에 지원땐 GDP 0.45% 증가" [중기 지원책 개선 목소리]
국내 중소기업 지원기준을 '매출액' 대신 '업력'으로 바꾸고, 구조조정 효율성을 끌어올리면 같은 예산으로도 경제 전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산업계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기업 지원책으로 예산 늘리기에 집중하기보다 대상을 어떻게 선별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추라는 게 해당 연구의 함의다.

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중장기 심층연구: 우리나라 중소기업 현황과 지원제도 개선방안'에 따르면 예산 규모를 유지한 채 지원대상 중소기업 기준을 매출액에서 '업력 7년 이하'로 전환했을 때 우리나라 총생산이 0.45%, 임금은 1.08%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본생산성이 높은 저업력 기업으로 지원금이 재배분되는 데 따른 결과다.

실제 총생산 증가분(0.45%) 가운데 0.43%p는 자원배분 효율성 제고 효과가 차지했다.

여기엔 기준선을 넘기 직전 성장을 회피하고 중소기업 범위 내 머무르려는 이른바 '피터팬증후군' 완화 효과(0.06%p)도 포함된다. 중견기업으로 분류될 경우 탈락되는 혜택 등의 공백을 해당 지원자금이 채울 수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총자본량 증가(0.07%p)에도 영향을 미쳤다. 다만 저업력 기업에 대한 지원 확대 과정에서 비효율적인 기업의 추가 진입이 발생해 0.05%p의 성장 감소 효과도 함께 나타났다.

구조조정 과정의 마찰·비용을 줄이는 제도 개선도 성장 효과를 유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체 모형에서 자산매각 및 구매자 매칭 효율화, 구조조정 플랫폼 구축 등을 통해 조정비용을 10% 낮춰(기존 자본가치의 20%에서 2%p 인하) 전반적 구조조정 마찰 정도를 미국·일본과 유사한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상황을 가정했을 때 총생산은 0.227%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됐다. 0.114%p는 자원배분 효율성 개선, 0.113%p는 투자 리스크 감소 및 자본투자 확대에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더해 한계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13.22%에서 12.99%로 0.23%p 하락했다. 최기산 한은 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팀 과장은 "예산을 늘리지 않고도 누구에게,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지원하고 구조조정할 것인지를 바꾸는 것만으로 총생산 0.4~0.7% 상향 여지가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내 중소기업 지원 제도는 '규모 의존적'이다. 또 하나의 특징은 '보편성'이다. 정책 수혜범위가 크다는 의미인데 실제 최근 6개년 정책 지원을 경험한 기업 수 비중은 평균 50% 정도였다. 반면 지원금액 1억원 미만 기업 비중은 2022년 78% 수준으로, 종합하면 지원이 '넓고 얇게' 이뤄지고 있다.

피터팬증후군은 지원·규제 대상 기업을 가르는 문턱으로 작용하면서 기업의 성장회피를 유발해 '중소→중견→대기업'으로 이어지는 사다리를 약화시키는 것으로 판단됐다. 최 과장은 "중소기업에 적합한 구조조정 제도가 미비해 부실기업 적시 퇴출이 지연되고, 그 과정에서 정부 지원이 비효율적으로 배분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부처·기관별 유사 지원사업이 중복되고 정책 수립·집행·전달 체계가 분산돼 효율성이 저해된다는 점도 요인으로 꼽혔다.

자연히 중소기업들 효율성도 미흡한 실정이다. 노동생산성은 대기업의 약 32%로, 2011~2020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55%)을 한참 밑돌고 자본생산성 역시 2016년 이후 하락세다. 종사자 수 10~299인 기준 중소기업 신생·소멸률은 2010년대 이후 내리막이다. 특히 소멸률은 2012년 4%대에서 2023년 1% 미만까지 하강했다.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 미만인 한계기업 비중은 2012년 12.6%에서 2024년 18.0%까지 뛰었다.

한은은 결국 이 같은 제약들을 해소하려면 중소기업 지원제도는 대상 기업 수나 예산 규모 등 '양' 늘리기에 앞서 선별 및 인센티브 구조의 개선에 무게를 둬야 한다고 제언했다.
구체적으론 △선별기준 정교화 및 민간 역량 활용 △성장 친화적 제도 설계 △중소기업에 적합한 구조조정 제도 마련 △원스톱 통합 플랫폼 구축 등을 제시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