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내란 특검팀이 수사 과정에서 플리바게닝(사법 협조자 형벌 감면제도)을 제안했다고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8일 내란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노 전 사령관은 이날 특검팀이 "특검법에 수사, 재판에서 다른 사람의 범죄를 규명하는 주요 진술 또는 증언 등에 대해 형을 감경·면제할 수 있는 조항이 있는 것을 아느냐"고 묻자 "특검에서 설명해 줘서 그때 알았다"고 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플리바게닝 법이 나오기 전에도 (특검팀의) 제안이 있었다"며 "법이 나온 다음에는 확실히 그 법조문을 보여주면서 제안했었다"고 했다.
이어 "(특검팀이)실명을 거론하며 '누구누구도 어떻게 했다'고 했다"면서 "당신만 굳이 버티냐는 취지로 물어봤다"고 했다.
특검팀이 "강요는 아니고, 설득은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묻자 노 전 사령관은 "욕을 하거나 패거나 밥을 안 주고 굶긴다거나 그런 것은 없었고, 제가 '있는 사실을 진술하는 건 당연한데도 이런 걸 요구하는구나' 생각했다"고 답했다.
그러자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 측은 "증인의 경우 플리바게닝 전에 그랬다는(제안을 받았다는) 것 같다"면서 "개정된 특검법이 플리바게닝을 도입했다 해도 위헌적 조항"이라고 반발했다.
변호인이 "특검법 개정안 통과 전에 특검 측 회유가 있었냐"고 묻자 노 전 사령관은 "플리바게닝 입법 전에 진술인이 이런 거 해주면 하고, 자기네들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 한 2~3번 있었다"며 "법 통과 전에 법사위 통과한 건가를 꺼내놓고 저에게 읽어줬고 어떻게 생각하냐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아무 말 안 하니까, 수첩인가를 신문하면서 중간중간 귀가 솔깃한 얘기를 했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 변호인은 "구체적으로 네 가지를 진술하라고 요구받은 것이 맞느냐"고 질문했다. 그러자 노 전 사령관은 "그 네 가지를 말하고 싶은데, 수갑 차고 피고인이 되어보니까 제가 하는 말은 아무 소용이 없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특검에서 제가 진술한 것을 다 갖고 있고, 저는 그 사람들이 요구하는 대로 진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노 전 사령관은 "특검에서 실명을 몇 명 거명하면서 '다 제안했으니 당신도 잘 생각해 봐라'고 말했다"고 했다. 다만 "제가 말하면 그 사람들 또 수사받는다"며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변호인이 누구인지를 거듭 묻었지만 노 전 사령관은 "나도 말하고 싶다. 그런데 내가 말하면 제 재판에 칼이 들어온다"며 정확히 답하지 않았다.
노 전 사령관은 "특검에 갔을 때 옆방에서도 누군가 수사를 받고 있었다"며 "(특검 측이)어딜 다녀오더니 누구 증언을 가져왔다. 아는 사람이었다. 그걸 들이대면서 말해서 옆방에서 수사를 받는 줄 알았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 관련해 외환 관련해 몇 가지를 진술해 주면 자기네들도 이것저것 털고, 하여간 사람이라면 넘어가기, 버티기 어려운 그런 제안을 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그런 제안을 받아보니 '전혀 아닌 사실을 애들이 이렇게 막 진술해 댔구나' 느꼈다"며 "그리고 '이래서 양평 공무원이 죽었구나' 써놨다"고 말했다.
한편, 노 전 사령관은 이날 재판에서 "귀찮으니 증언을 거부하겠다"고 말했다가 재판부에 지적받기도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원래 11월에 대수장(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에서 부정선거 교육을 하려 했느냐'는 특검팀의 질문에 "아이가 그때 좋지 않은 일이 있어서 못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재판부는 "증언 거부는 본인이나 가족이 형사처벌을 받을 우려가 있을 때 하는 것"이라며 "말하기가 싫어서 증언 거부를 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노 전 사령관은 "그런 취지로 거부한 것이 아니다"라며 "제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거부하는 것이 맞다. 하기 싫어서 그런 취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노 전 사령관은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증언을 거부하겠다"며 대체로 증언을 거부하면서도 일부 질문에는 답변했다.
노 전 사령관은 12월 2일 밤늦게 김 전 장관으로부터 비화폰을 받았고, 아무 말 없이 주기에 국방부 비화폰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나중에 전화 왔을 때 보니 수신이 되는데, 내가 걸려고 해보니 안됐다. 조직도도 안 나왔다"고 했다. 비화폰을 이용하지 않고 다른 소령을 통해 김 전 장관과 전화한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또 특검팀이 지난해 11월 17일 국방부 장관 공관에 간 것에 대해 묻자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아이 사망과 관련해 조화를 보내주고 위로해 줘서 감사하다고 말하러 간 것"이라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 사건에서 △체포영장 집행 저지 △'계엄 국무회의' 관련 국무위원의 심의권 침해 △사후 계엄 선포문 작성 △비화폰 기록 삭제 △계엄 관련 허위 공보 등 크게 5가지 혐의로 재판받고 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공작 요원들의 개인 정보를 제공받은 혐의로 기소돼 오는 15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내란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이 기소한 사건 중 가장 먼저 선고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