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스타트업 '구주거래' 길 터주면 얼어붙은 벤처투자 봄 온다"

뉴스1

입력 2025.12.09 05:50

수정 2025.12.09 05:50

전화성 한국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 회장이 서울 종로구 뉴스1 사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11.27/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전화성 한국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 회장이 서울 종로구 뉴스1 사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11.27/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액셀러레이터 연도별 투자 금액 및 투자 건수 추이(2025 상반기 대한민국 액셀러레이터 산업백서 갈무리)
액셀러레이터 연도별 투자 금액 및 투자 건수 추이(2025 상반기 대한민국 액셀러레이터 산업백서 갈무리)


지난해 부산에서 열린 스타트업 행사 '부산 슬러시드 2024'(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제공)
지난해 부산에서 열린 스타트업 행사 '부산 슬러시드 2024'(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제공)


전화성 한국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 회장이 서울 종로구 뉴스1 사옥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11.27/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전화성 한국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 회장이 서울 종로구 뉴스1 사옥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11.27/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초기 스타트업은 자금 및 경험 부족과 네트워크의 부재로 성장이 막히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빛나는 사업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기업도 폐업의 길을 걷는다.

이러한 스타트업의 도전을 지원하기 위해 등장한 산업이 액셀러레이터(AC)다. 2005년 미국의 와이콤비네이터가 최초로 투자와 보육을 지원하는 액셀러레이터로 등장했고 우리나라에는 2017년 '창업기획자'라는 이름으로 제도화됐다.

2017년 37개에 불과했던 국내 액셀러레이터는 올해 상반기 기준 474개까지 증가했다.

이들의 누적 투자 금액은 4조 원, 투자 건수는 1만 건에 달한다. 대한민국 창업 생태계의 성장과 함께한 액셀러레이터 산업은 이제 성숙기에 접어든 상태다.

전화성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 회장은 앞으로 액셀러레이터 업계가 '전문화' 및 '대형화'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지역 특화 산업에 기반한 액셀러레이터가 등장해 지역 스타트업을 전문적으로 육성하는 게 더욱 효율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뉴스1은 전회장을 만나 올 한해 액셀러레이터 업계를 돌아보고 남은 임기 동안 해결하고자 하는 과제 등을 들어봤다.

"임기 내 액셀러레이터 회수 시장 활성화 목표"

그동안 '컴퍼니 빌딩 제도화', '의무 투자 대상 기업 업력 기준 완화' 등의 제도 개선을 이끌어낸 전 회장은 '세컨더리(구주 거래) 활성화'를 임기(2027년 2월) 내 달성 목표로 제시했다.

국내 벤처투자 시장은 현 상황을 '빙하기'로 진단한다. 지난 2022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급격한 금리인상을 시작으로 전세계 자본시장과 투자시장이 크게 위축되면서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심리가 크게 높아졌고 위험자산 중에서도 '초고위험 자산'으로 분류되는 벤처기업 투자 자본은 자본시장 전체에서도 가장 긴 겨울을 맞았다.

주식시장이 다시 활황을 띠고 국내 코스피 지수가 4000을 넘어서도 벤처투자, 그 중에서도 초기투자 빙하기는 아직 '해빙'조차 논하지 못하고 있다. 가장 처음 투자하는 만큼 '회수'까지 시간이 오래걸리는데 국내에선 투자 회수 방법이 '상장'(기업공개; IPO) 정도로 상당히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보통 액셀러레이터는 스타트업이 최소한의 기능을 담은 제품(MVP)이나 서비스를 출시하는 프리(Pre) 시리즈A 단계에 투자한다. 액셀러레이터의 자금으로 MVP를 시장에 선보인 스타트업은 이후 규모를 키워 투자 규모를 늘릴 수 있다.

하지만 여전한 투자 혹한기로 인해 시리즈A 투자가 줄면서 액셀러레이터 업계도 투자한 기업에 대한 회수 길이 막히고 있다. 시리즈A~B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회복되지 않으면서 액셀러레이터 업계에도 아직은 냉기가 감돈다.

전 회장이 구주거래 활성화를 강조하는 건 바로 이 '회수 시장' 활성화와 맞닿아 있다.

그는 "현재 모태펀드로 조성된 세컨더리 펀드는 벤처캐피탈 간 주식을 구주로 사는 형태밖에 없지만 액셀러레이터의 주식도 사주게 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그래야 자금이 순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투자 줄어든 2025년 상반기…"AC 활동은 활발했다"

지난달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가 발간한 '2025 상반기 대한민국 액셀러레이터 산업백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액셀러레이터의 전체 투자 금액은 3242억 원을 기록했다.

반면 지난해 전체 투자 금액은 9536억 원으로, 남은 하반기에 폭발적인 투자가 발생하지 않는 한 지난해 투자 금액을 넘어서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다. 전체 투자 건수 역시 지난해는 총 2476건을 기록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700건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전 회장은 "투자 금액으로 위축되긴 했지만 실질적인 보육 활동은 매우 활발했다"고 말했다. 투자 규모는 줄었지만 액셀러레이터 생태계 자체는 활발했다는 이야기다.

전 회장은 투자 통계가 감소한 또 다른 이유로 양극화된 액셀러레이터 산업을 꼽았다.

산업백서에 따르면 전체 474개 액셀러레이터 중 32곳(6.8%)이 벤처투자회사 및 액셀러레이터 라이선스를 보유한 더블 라이선스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투자 금액 규모는 올해 전체 액셀러레이터 산업 중 절반(48.7%)에 달한다.

전 회장은 "듀얼 라이선스 회사들의 투자가 줄면 전체 액셀러레이터 산업의 투자 규모도 함께 줄어드는 구조"라며 "(양극화된 상황에서) 이들의 투자가 감소한 게 통계에 반영됐다"고 말했다.

"소형 액셀러레이터의 전문화·대형화 필요"

전 회장은 액셀러레이터 산업의 질적 성장을 위해 소형 액셀러레이터의 전문화와 대형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현재 액셀러레이터들도 각자 전문화된 산업 영역에서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하고 있지만 좀 더 좁혀서 전문 영역을 키워야 한다는 이야기다.

전 회장은 "예를 들어 부산에서 해양 산업만 투자하는 액셀러레이터, 광주에서 피지컬 AI에만 투자하는 액셀러레이터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며 "지역 특화 산업에 전문화된 액셀러레이터들이 수도권만큼 투자하지 않는다고 해서 잘못된 건 아니다"고 말했다.

액셀러레이터가 전문화되면 해당 스타트업을 더욱 효율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 기업의 성장에 좀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셈이다.

액셀러레이터의 대형화도 지향점 중 하나다.
산업 내 투자 비중이 높은 듀얼 라이선스 회사와 별도로 소형 라이선스의 질적 성장을 위해서다.

이를 위해 협회 차원에서 공동 운용사(CO-GP)도 활성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창조경제혁신센터로 대표되는 공공 액셀러레이터와 민간 액셀러레이터가 CO-GP로 펀드를 조성하는 등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대담=강은성 성장산업부장, 정리=이정후 기자

◇전화성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장 약력

△동국대 컴퓨터공학과 학사
△KAIST 전산학 석사
△서강대학교 경영학 박사
△SL2 대표이사(2000~2003년)
△씨엔티테크 대표이사(2003년~현재)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 4대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