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뜯으면 버리던 택배박스가 '광고판'으로…'돈' 될까

뉴스1

입력 2025.12.09 06:30

수정 2025.12.09 06:30

월드디즈니와 협업해 택배박스에 '아바타' 광고를 넣은 CJ대한통운. (CJ대한통운 제공)
월드디즈니와 협업해 택배박스에 '아바타' 광고를 넣은 CJ대한통운. (CJ대한통운 제공)


CJ대한통운의 '노담' 메시지를 담은 배송박스 (CJ대한통운 제공)
CJ대한통운의 '노담' 메시지를 담은 배송박스 (CJ대한통운 제공)


서울의 한 택배 물류센터에서 작업자들이 산더미처럼 쌓인 택배 박스를 나르고 있다. / 뉴스1 ⓒ News1 DB
서울의 한 택배 물류센터에서 작업자들이 산더미처럼 쌓인 택배 박스를 나르고 있다. / 뉴스1 ⓒ News1 DB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CJ대한통운(000120)이 택배박스에 상업·콘텐츠 광고를 적용하며 새로운 활용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간 자사 홍보나 공익 캠페인에 주로 사용됐던 배송박스가 외부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이어지면서, 물류업계에서도 새로운 수익모델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최근 디즈니코리아와 협업해 풀필먼트(이커머스 물류) 배송박스에 영화 '아바타: 불과 재' 광고를 적용했다. 박스 외부에 대형 이미지나 QR코드를 삽입해 영화 홍보와 프로모션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CJ대한통운은 지난해 일부 드라마·배송 서비스 관련 시범 광고를 적용하며 운영 가능성을 점검했다.

이후 협업 범위를 넓혀 콘텐츠·브랜드와의 공동 마케팅 모델을 시험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이미 2013년 CJ GLS와 합병 과정에서 정관 개정을 통해 광고 사업을 사업목적에 포함했다. 당시에는 잠재적 확장 가능성에 대비한 수준이었지만, 최근 전국 배송망을 활용한 광고 플랫폼 구상이 구체화되면서 택배박스를 활용한 사업이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전국 곳곳으로 배송되는 박스는 브랜드 메시지를 가정까지 직접 전달할 수 있는 강력한 매체"라며 "광고 효과가 충분하다고 판단해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번 뜯으면 반드시 보게 돼"…물류 광고 실험 본격화

CJ대한통운은 지난 9월 금연 캠페인 '노담(담배 NO)'을 비롯해 지자체·공공기관 대상 박스 광고를 진행해 왔다.

이번 콘텐츠 협업을 계기로 광고 대상을 넓히며 '생활물류 네트워크 기반 광고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아직 주력 신사업이라기보다 보유한 인프라를 활용해 수익화를 모색하는 시범사업 단계다. 박스 인쇄 면에는 브랜드로고, 쿠폰 코드, 프로모션 안내 등도 넣을 수 있어 단순 노출을 넘어 판매 유도 효과도 기대된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배송박스는 한 번 뜯으면 반드시 봐야 한다"며 "아이디어를 냈는데 관심을 보인 곳이 있어서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풀필먼트 센터에서만 진행되고 있어 전체 박스 물량에 비해 비중은 크진 않다"면서도 "있는 자원을 활용해 수익을 낼 수 있다면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도 주시…"택배는 생활 접점 매체, 가능성 충분"

업계 전반에서도 배송박스를 활용한 광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박스는 소비자 집 앞까지 직접 도착하는 생활 접점 매체인 데다 포장재 생산·유통 과정이 물류사 내부에서 이뤄져 브랜드 협업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한진(002320)·롯데글로벌로지스 등 다른 물류업체들도 CJ대한통운의 시도를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과거 택배 차량이나 테이프를 활용한 광고 사례는 있었지만, 박스를 매체로 삼는 방식은 보다 직접적이고 반복적인 노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실효성을 따지는 단계지만 충분히 실험해 볼 만한 시도"라며 "수익성이 입증된다면 물류업계 전반의 새로운 마케팅 모델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