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한재준 한병찬 기자 = 내년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여권 후보군 간 경쟁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을 공개 칭찬하고 나섰다. 정 구청장은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꼽히고 있어 '명심'의 선택을 받은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전날(8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성동구 주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구정 만족도 조사에서 정 구청장이 92.9%의 만족도를 기록했다는 언론 보도를 공유하며 "정 구청장님이 잘하기는 잘하나 봅니다. 저의 성남시정 만족도가 꽤 높았는데 명함도 못 내밀듯"이라고 적었다.
이에 정 구청장은 엑스에 "원조 '일잘러'로부터 이런 칭찬을 받다니…"라며 "더욱 정진하겠다"고 답글을 달았다.
이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부터 정 구청장에게 각별한 관심을 표해왔다. 지난달 청와대 영빈관에서 이 대통령이 주재한 기초지방자치단체장 간담회에서는 정 구청장이 헤드테이블에 자리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여기 계신 분들 중에 나중에 대통령 하실 분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지자체장 출신의 대통령인 만큼 '일 잘하는 지자체장'을 독려하는 취지로 해석됐다.
다만 대통령으로서 공개적으로 특정 지자체장을 지목해 '공개 칭찬'한 것은 이례적이란 평가다. 정 구청장이 서울시장 선거 도전 의사를 드러내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지지 의사를 표현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공개 칭찬에 대해 "선거와는 전혀 무관하다"라며 "실력으로 본인의 성과를 냈으니 그런 부분에 대해 평가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이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나섰지만 이 대통령의 '공개 칭찬'은 '정원오 띄우기'라는 해석이 적지 않다.
그간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서울시장 선거를 '다윗과 골리앗' 구도로 가져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말이 나왔기 때문이다. 현역인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대결을 '이재명 정부 대 오세훈' 구도로 끌고 나가는 것보다는 '뉴페이스'의 도전으로 부담을 최소화하자는 취지에서 나온 주장들이었다.
다만 여권에서는 이 대통령의 메시지를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다양한 카드를 검토해 보려는 의도로 해석하고 있다. 박홍근·서영교·박주민·전현희·김영배 등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들의 도전,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차출설'이 나오는 가운데 기초단체장 출신의 행정가까지 더해 역동적인 선거 구도를 만들겠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이 대통령의 공개 칭찬과 관련해 "그만큼 대통령이 서울시장 선거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방증이 아니겠냐"며 "여러 수를 모색, 탐색해 보려는 것 아니겠나"라고 해석했다.
한편 야권은 이 대통령이 선거 중립의무를 어겼다며 반발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이 대통령의 공개 칭찬을 두고 "내년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특정 인물을 노골적으로 띄우는 '선거 개입 신호탄'"이라고 비판했다.
정이한 개혁신당 대변인도 "단순한 덕담이 아니라 민주당을 겨냥한 노골적 '공천 가이드라인'이자 관권 선거 개입 논란을 자초하는 위험한 신호탄이다. 지금 대통령은 행정부 수반인가, 아니면 여당의 선거대책위원장인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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