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정치

美-EU, '내정 간섭' 논란에 빅테크 조사 겹치며 갈등 증폭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09 08:19

수정 2025.12.09 08:19

EU, 美의 '문명 소멸' 지적에 내정 간섭이라며 강력 반발 美, EU의 美 빅테크 겨냥 과징금에 대응 시사 트럼프 정부 이후 가열된 양자 갈등 더욱 격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과 유럽연합(EU)의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집행위원장이 지난 7월 27일 영국 턴베리에서 대화하고 있다.AP연합뉴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과 유럽연합(EU)의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집행위원장이 지난 7월 27일 영국 턴베리에서 대화하고 있다.A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유럽연합(EU)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문명 소멸’ 진단에 반발하며 미국이 EU의 내정에 간섭한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정부는 해당 평가 외에도 미국 IT 대기업(빅테크)을 겨냥한 EU의 과징금에 대응을 시사했다.

범유럽 매체인 유로뉴스에 따르면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자크들로르 콘퍼런스에서 "동맹국은 다른 동맹국의 정치적 삶이나 민주적 선택에 개입하겠다고 위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어떤 비전을 가졌고 표현의 자유가 무엇인지 미국이 유럽 대신 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코스타는 미국 정부의 빅테크 규제 비판에 대해 "정보의 자유 없이는 표현의 자유도 없다고 역사가 가르쳐줬다"며 "미국 기술 재벌들을 방어하기 위해 시민의 정보 자유가 희생된다면 진정한 표현의 자유는 결코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 5일 공개한 새 국가안보전략(NSS)에서 미국의 오랜 동맹인 유럽이 '문명의 소멸이라는 엄혹한 전망'을 맞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반이민 정책을 주장하는 유럽 극우정당들을 지원한다고 예고했다.

유로뉴스는 코스타의 이번 논평에 대해 미국의 새 NSS 발표 이후 EU에서 나온 가장 단호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NSS에 대해 "미국은 여전히 우리의 가장 큰 동맹으로, 서로 다른 주제에 대해 늘 견해가 일치한 건 아니지만 전반적인 원칙은 여전히 존재한다"며 맞대응을 자제했다.

미국과 EU의 대립은 빅테크 규제에서 가속될 전망이다. EU 집행위원회는 NSS가 발표된 지난 5일에 미국 소셜미디어 엑스(X)를 상대로 1억2000만유로(약 205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EU 규제 당국은 약 2년간의 조사 끝에 X가 온라인 허위 정보와 유해·불법 상품 또는 콘텐츠 확산을 막는 목적으로 도입된 디지털서비스법(DSA)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당국은 X가 인증 계정용 블루 체크마크를 기만적으로 설계하고, 광고 저장소의 투명성을 확보하지 않았으며, 연구자에게 필요한 공공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농업인 행사에서 X 과징금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굉장히 어려운 문제이고, 그것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진짜 심한 조치"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X를 소유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 문제로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는 않았다"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그들이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나중에 전체적인 보고를 받은 뒤 말하겠다"면서 추후 대응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는 "유럽은 여러 일을 할 때 매우 조심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유럽을 유럽으로 유지하길 원하지만, 유럽은 좋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 안보 및 우크라이나 문제로 충돌했던 EU는 X 외에도 미국 빅테크들을 상대로 여러 조사를 진행중이다. EU는 미국 클라우딩 컴퓨팅 서비스 플랫폼인 아마존웹서비스(AWS)와 마이크로소프트(MS) 애저의 시장 지배력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아울러 EU는 지난 4일 미국 빅테크 메타가 자사 메신저 왓츠앱에서 다른 업체 인공지능(AI) 챗봇을 차단했다며 반독점 조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