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겨울철 줄어드는 일조량..성장기 아이 '비타민 D 결핍' 해법은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09 09:28

수정 2025.12.09 09:27

햇빛 줄어드는 계절, 비타민D 결핍 증가
과도한 보충제 복용, 오히려 건강 해칠 수도
강릉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 박기영 교수가 환아의 보호자에게 올바른 비타민 D 섭취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강릉아산병원 제공
강릉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 박기영 교수가 환아의 보호자에게 올바른 비타민 D 섭취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강릉아산병원 제공

[파이낸셜뉴스] 겨울철 낮 시간이 짧아지고 기온이 떨어지면서 부모와 아이 모두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생활 패턴 변화는 성장기 아이들에게 필수적인 ‘비타민 D’가 부족해질 위험을 높이고 있다. 비타민 D는 음식만으로는 충분히 섭취하기 어려워 햇빛을 통한 합성이 중요한데, 겨울엔 자연 노출이 현저히 줄기 때문이다.

9일 강릉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 박기영 교수는 “생후 6개월 이후부터 청소년기까지는 뼈 성장이 활발한 시기이기 때문에 비타민 D 섭취가 매우 중요하다”며 “부족할 경우 성장 저하나 골밀도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비타민 D는 칼슘과 인의 흡수를 도와 뼈와 치아 형성에 필수적인 영양소다.

특히 성장기 소아·청소년에게 부족할 경우 키 성장 저하, 치아 발육 부전, 심한 경우 구루병까지 이어질 수 있다. 연어·고등어·달걀 노른자 등으로 섭취할 수 있으나 음식만으로 필요한 양의 30%도 채우기 어렵다.

나머지는 햇빛 속 자외선 B(UV-B)를 통해 피부에서 직접 합성해야 한다.

문제는 겨울철에는 일조량이 감소하고 외부 활동 역시 줄어 자외선 노출이 극히 제한된다는 점이다. 두꺼운 옷차림은 피부 노출 면적을 줄이고, 스마트폰·영상 시청 증가 등 실내 활동 증가도 합성을 방해한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비타민 D 결핍으로 의료기관을 찾은 0~19세 환자는 2014년 4,254명에서 2024년 1만1,310명으로 165% 증가했다.

비타민 D 합성을 위해 햇볕을 충분히 쬐는 것이 필요하지만,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은 효과가 없다. 비타민 D를 만드는 자외선 B는 유리를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실내에서 햇볕을 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비타민 D 합성이 일어나지 않는다”며 “직접 야외에서 자외선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겨울철 서울 기준으로 얼굴·팔·다리 등 신체의 절반가량을 노출했을 때 약 90분의 햇빛 노출이 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부색이 어두울수록 시간은 더 필요하다.

다만 자외선 차단제는 합성을 막기 때문에 일정 시간은 바르지 않는 것이 좋으며, 과도한 노출은 피부 화상 또는 피부암 위험을 높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영아의 경우 이야기는 다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6개월 미만 영아에게 직접 자외선 노출을 금지하고 있다. 박 교수는 “신생아는 햇빛보다 영양 섭취가 더 중요하다”며 “모유를 먹는 아기는 산모의 비타민 D 상태가 모유에 반영되므로 수유모 역시 충분한 섭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분유는 하루 약 1000cc만 섭취해도 400IU의 비타민 D를 공급할 수 있어, 수유량이 적은 12개월 미만 영아는 별도의 보충제를 권장한다는 설명이다.

한편 비타민 D를 ‘많이’ 섭취한다고 해서 건강에 더 좋은 것은 아니다. 과도한 보충제 복용은 혈중 칼슘 농도를 비정상적으로 높여 구토, 피로, 변비, 근육 약화, 고혈압, 신장 이상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음식이나 햇빛으로 비타민 D 독성이 나타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대부분 보충제를 과하게 복용할 때 발생한다. 때문에 보충제를 지속적으로 먹는 아이는 정기적인 혈액검사를 통해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권장된다.


박 교수는 “비타민 D가 부족하면 성장에 일부 영향을 주지만, 그렇다고 과량 섭취한다고 키가 커지는 것은 아니다”며 “겨울철에도 잠깐씩 바깥 활동을 하거나 평소 식단만 잘 챙겨도 충분히 보충이 가능하므로, 무분별한 보충제 남용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