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일본 혼슈 동북부 끝 아오모리현 앞바다에서 지난 8일 밤 11시 15분 무렵 규모 7.5로 추정되는 강한 지진이 발생한 가운데 현지 주민들이 안전한 장소로 몸을 피한 채 밤을 지새웠다고 아사히신문 등이 9일 보도했다.
아오모리현 하치노헤시청에서는 이날 새벽, 강한 흔들림에 놀라 대피해 온 십여 명이 로비에 놓인 TV로 뉴스 를 보며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냈다.
그중에는 외국인의 모습도 있었다.
하치노헤시의 초·중학교에서 외국어 지도 보조교사(ALT)로 일하는 트리니다드 토바고 출신의 스티븐 조기 씨(25)는 아사히신문과 인터뷰에서 "강한 흔들림으로 집 안의 물건들이 모두 떨어졌다. 도로로 뛰쳐나왔고, 친절한 분의 차에 태워져 이곳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같은 ALT로 일하는 미국 출신인 로버츠 패트릭 씨(25)는 "이렇게 큰 지진은 처음이다. 지금도 몸의 떨림이 멈추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지진으로 일본 내에서 가장 높은 70cm의 쓰나미가 나타난 이와테현 구지시는 8곳에 대피소를 설치했다. 그중 하나인 시 종합복지센터에는 가장 많을 때 약 160명이 대피했다.
현지 주민 한 명은 "평소에는 쓰나미를 의식할 일이 없는 지역에 살고 있어서 경보라는 말을 듣고 너무 놀랐다. '빨리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뿐이어서 정신없이 뛰어왔다"고 말했다.
이날 새벽 경보가 주의보로 바뀌자 집으로 귀가하는 사람이 늘었고 주의보가 해제된 오전 6시 20분에는 대피소에 몇 명만 남게 됐다.
차량으로 대피한 사람이 많아 센터 앞의 비탈길에서는 교통체증이 발생했다. 지난 7월 30일 러시아 캄차카반도 인근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당시에도 같은 장소에서 차량 정체가 일어났기 때문에 시는 도보 대피를 당부했다.
이번 강진으로 아오모리현 내에서는 건물 피해도 발생했다.
아오모리현 하치노헤시에 있는 쇼핑센터 '라피아'에서는 유리 너머로 보이는 매장 안에 격한 흔들림으로 붕괴된 것으로 보이는 벽자재 등이 흩어져 있었다.
이날 아침 매장 상품 반입구에서 얼굴을 내민 관계자는 “피해 상황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고 난처한 표정으로 설명했다.
상황을 보러 온 인근의 여성은 "항상 이용하는 곳이라 언제까지 휴업이 계속될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지진의 흔적은 숙박시설에도 남았다. 같은 시에 있는 가시와기 료칸에서는 목조 2층 건물의 벽에 금이 가고 창유리가 깨졌다. 발밑에는 식기와 가구가 흩어져 있었다.
료칸에서 일하는 가시와기 나나호 씨(64)는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다"며 망연자실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다음 지진이 없으면 좋겠다. 그게 가장 불안하다"고 말했다.
진도 5도를 기록한 아오모리현 미사와시의 한 호텔에서는 지진 이후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40대 남성 직원에 따르면 지진 당시 아래에서 강하게 치받는 듯한 흔들림이 오랫동안 지속됐다. 호텔에는 가족 단위와 외국인 관광객 등 약 90명이 숙박 중이었고 수십 명이 1층 로비로 내려왔다.
지진에 이어 쓰나미 경보가 발령되자 직원 2명과 경비원 1명이 숙박객들을 더 위층으로 안내했다. 부상자나 몸 상태가 나빠진 사람은 없었다.
이후 숙박객들은 객실로 돌아갔지만 지진 발생 다음 날인 9일 아침 "여진 때문에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었다"고 말하는 투숙객도 있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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