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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서 29세 산화, 故 이재식 일병…75년 만에 딸 품에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09 12:32

수정 2025.12.09 12:34

1952년 11월 ‘저격능선 전투’ 전사, 2000년 9월 강원 화천서 발굴유해
지난 2000년 9월 강원도 화천군 상서면 일대에서 발굴한 국군 제2사단 소속의 고(故) 이재식 일병의 유해. 국방부 제공
지난 2000년 9월 강원도 화천군 상서면 일대에서 발굴한 국군 제2사단 소속의 고(故) 이재식 일병의 유해. 국방부 제공
[파이낸셜뉴스] 6·25전쟁에 참전해 조국을 지키다 29세의 나이로 산화한 호국영웅이 75년 만에 그의 친딸 품으로 모셔졌다.

9일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에 따르면 고인의 유해는 지난 2000년 9월 강원도 화천군 상서면 일대에서 발굴해, 국군 제2사단 소속의 고 이재식 일병으로 신원을 확인했다.

이날 이 일병의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는 유족의 뜻에 따라 동해시보훈복지회관에서 열렸다.

행사를 주관한 국유단장 직무대리 조해학 중령(육군)은 유가족에게 신원확인 통지서, 호국영웅 귀환 패, 유품 등이 담긴 호국의 얼 함(函)을 전달했다. 이어 고인의 참전 과정과 유해발굴 경과 등을 설명하며 어린 나이에 아버지와 이별한 유가족을 위로했다.



유가족 대표인 이춘예(1946년생, 79세) 씨는 “아버지 유해가 돌아온다고 하니 기쁨에 몇 날 며칠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동안 서울현충원 위패봉안관에 참배할 때마다 묘비석이 세워진 분들이 부러웠다"며 "이제 아버지의 비를 세우고 어머니와 합장해 드릴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춘예 씨는"아버지 비석 앞에 꽃을 놓고 자리 펴고 절하고 싶었는데 제가 죽기 전에 그 꿈을 이루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이제 죽어도 소원이 없네요"라고 소회를 전했다.

고인의 유해는 지난 2000년 지역주민의 제보를 토대로 육군 제15보병사단 장병들은 그해 9월 4~23일까지 강원도 화천군에서 고인을 포함한 모두 30구의 유해를 발굴했다. 고인의 딸인 춘예 씨도 지난 2007년과 2015년에 유전자 시료채취에 참여했으나 당시 분석 기술의 한계로 확인하지 못했다. 그러다 최근 기술력 발달로 유전자를 비교·분석해 신원을 최종 확인할 수 있었다.

고인은 1922년 11월 경상북도 영천시에서 두 형제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이후 혼인해 1946년에 딸을 얻었고, 1950년 10월 입대 당시 아내의 뱃속에는 7개월 된 아들이 자라고 있었다.

고인은 1950년 6·25전쟁 발발 후 그해 10월 입대해 국군 제2사단 소속으로 735고지 전투(1951.8.2.∼9.3, 양구), 금화-금성 진격전(1951.10.1.∼18, 철원) 등 주요 전투에 참전했다. 입대한 지 2년이 지난 1952년 11월 저격능선 전투(1952. 10. 14~11.24)에서 중공군과 교전 중 전사했다.

저격능선 전투는 국군 제2사단이 중부전선 ‘철의 삼각지대’의 전략적 요충지인 저격능선을 탈환하기 위해 중공군 제29사단과 벌인 고지 쟁탈전이다. 이 전투의 승리는 중공군의 기세를 꺾고 철의 삼각지대 일대의 작전 주도권을 회복하는 데 기여했으며, 휴전회담을 우리 측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끄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고인은 올해 국유단이 19번째로 신원을 확인한 호국영웅이다. 이로써 2000년 4월 유해발굴사업을 시작한 이래로 가족의 품으로 모신 국군 전사자는 총 267명으로 늘었다.

국유단은 대한민국을 위해 목숨을 바쳤으나 아직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호국영웅, 6·25 전사자의 신원확인을 위한 국민 여러분의 동참이 절실하다고 전했다.

전국 어디에서나 가능한 유전자 시료채취는 6·25전사자의 유가족으로서 전사자 기준으로 친·외가 8촌까지 신청 가능하다.
제공한 유전자 정보를 통해 전사자의 신원이 확인될 경우 1000만 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