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일본 장기금리가 2%에 바짝 다가서면서 정부의 이자부담 증가와 지방은행 보유 국채의 평가손 확대에 대한 경계가 높아지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9일 보도했다. 일본 장기금리가 2%대를 기록한다면 약 19년 7개월 만이다.
도쿄 채권시장에서 이날 오후 12시 30분 기준 신규 발행 10년 만기 일본 국채 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0.01% 낮은 1.960%에 거래되고 있다. 신규 발행 2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거래일보다 0.005% 높은 2.955%를 기록하고 있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이달 들어 6거래일동안 약 0.2%포인트(p) 올랐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2%대를 기록하면 지난 2006년 5월 이후 19년 7개월 만이다. 시장에서는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현재 0.5%인 정책금리를 약 1.4% 수준까지 인상한다고 예상하고 있다. 일본은행이 정책금리를 인상한다는 가정 하에 장기금리도 함께 상승하는 모습이다.
장·단기 금리가 상승할 경우 정부가 발행한 1100조엔 이상의 국채의 이자지급 비용이 증가할 전망이다.
재무성의 장기 추계에 따르면 금리는 2025회계연도 2%에서 2028회계연도에 2.5%로 상승한 뒤 횡보하는 시나리오다. 이에 따라 이자 비용은 2024회계연도 7조9000억엔(약 74조7465억원)에서 2028회계연도 16조1000억엔(약 156조7811억원)으로 두 배가 된다. 장기금리가 횡보하더라도 2034회계연도에는 25조엔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만일 금리가 예상보다 1%p 더 상승할 경우 이자 비용은 더 불어나 2034회계연도에 34조 엔을 초과하게 된다. 이는 최근 사회보장비 지출 규모와 맞먹는 수준이다.
이자 비용이 늘어나더라도 경제 성장이 지속되어 세수 증가로 상쇄할 수 있다면 재정의 지속 가능성은 유지된다. 닛케이는 "성장률이 금리를 웃도는 상태가 이어질 수 있는지가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증권에 따르면 이자 비용을 정부 채무 총액으로 나눈 정부의 실효 이자율은 2012회계연도까지 1%를 웃돌았지만 일본은행의 대규모 완화 정책 영향으로 2022회계연도에 최저치인 0.66%까지 하락했다.
2024회계연도에도 실효 이자율은 0.75%로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향후 저금리 시기에 발행된 국채가 만기를 맞고,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국채로 교체되면서 실효 이자율은 2030회계연도에 1.44%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고바야시 요헤이 미쓰비시UFJ 리서치&컨설팅 수석연구원은 “현재는 성장률이 더 높더라도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에서 금리가 상승해 성장률을 역전할 가능성이 있다”며 “부채의 GDP 대비 비율뿐 아니라 기초적 재정수지에도 주의를 기울이는 정책 운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방 은행들은 보유 채권의 평가손 확대에 긴장하고 있다. 그동안 저금리 환경에서 운용 수익률을 확보하기 위해 만기가 긴 국채를 적극 매입해 왔기 때문이다. 채권은 일반적으로 만기가 길수록 금리 상승 시 가격 하락폭이 커지는 특성이 있다.
일본자산운용기반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지방은행 국채·지방채 등 국내 채권의 평가손은 3조3000억엔(약 31조1104억원)에 달했다. 2020회계연도까지는 금리 하락으로 2605억 엔의 평가이익을 기록했다가 급격히 악화한 것이다.
평가손은 어디까지나 회계상 개념이기 때문에 국채를 만기까지 보유하면 실제 손실 인식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평가손이 있는 채권을 팔지 않으면 더 높은 수익률 상품으로 갈아타기 어렵다는 등 부작용이 크다. 평가손을 고려한 실질 자본의 건전성에 대한 의문이 커질 경우 금융 시스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가계 입장에서는 주택 구입 부담이 커진다.
예를 들어 금리 2%로 5000만엔을 35년 고정금리 대출로 빌리면 상환 총액은 약 6900만엔이 된다. 금리 1%일 경우 약 5900만 엔에 비하면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월 상환액도 약 2만5000엔 증가한다.
기업의 이자 부담도 증가한다. 제국데이터뱅크 추산에 따르면 기업의 차입금리가 0.25%p 오르면, 기업 한 곳당 연간 이자 부담이 평균 68만 엔 증가하고, 경상이익은 평균 2.1% 감소한다. 이로 인해 추가로 1.8%의 기업이 경상 적자로 전환된다. 부채 의존도가 높은 기업의 경영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을 반영해 장기금리가 상승하고 있으며 향후에는 정책금리도 함께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저금리를 전제로 해온 경제 활동 전반이 조정을 요구받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라고 닛케이는 전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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