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지검 합수단 "밀수범 허위진술로 시작된 세관 연루설 사실무근"
백해룡 "축소·은폐" 주장하며 6개 기관 압수수색 신청
백해룡 "축소·은폐" 주장하며 6개 기관 압수수색 신청
[파이낸셜뉴스] 서울동부지검 '세관 마약밀수 연루 의혹 합동수사단(합수단)'이 9일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인천공항 세관 공무원들의 마약밀수 가담 의혹과 경찰·관세청 지휘부의 수사외압 의혹을 모두 '혐의없음'으로 결론냈다. 그러나 의혹을 제기한 백해룡 경정 측은 검찰이 세관 가담사실을 인지하고도 사건을 덮었다고 반발하며 향후에도 갈등이 지속될 전망이다.
합수단에 따르면 당초 세관 직원들은 2023년 1월 27일 말레이시아 국적 마약 밀수범들과 공모해 농림축산부 일제검역을 거치지 않고 세관 검색대를 통과하게 해 필로폰 약 24㎏을 밀수하도록 도왔다는 의혹을 받았다. 그러나 합수단은 공항 실황조사 영상, 밀수범 간 편지, 진술 번복 정황 등을 검토한 결과 밀수범들의 진술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합수단 관계자는 "조사 과정에서 모든 밀수범들이 '사실은 세관 직원의 도움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실토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경찰 인천공항 실황조사 영상에는 밀수범 A가 공범 B에게 경찰이 알아듣지 못하는 말레이시아어로 허위 진술을 지시하는 장면이 담겼다. 이후 밀수범 A는 구치소 수감 중 공범에게 보낸 편지에서 "세관 관련 내용은 기억나지 않았지만, 경찰이 진술을 바꿀 수 없다고 해 처음 진술을 그대로 유지했다"고 적는 등 허위 진술을 스스로 인정하기도 했다.
핵심 쟁점이었던 '4·5번 세관 검색대 통과' 주장도 사실과 맞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밀수범들은 당초 "농림축산부 검역대를 통과했다"고 설명했으나 경찰이 해당 진술을 제지하자 열린 검색대를 임의 특정해 말을 바꾼 것으로 파악됐다.
합수단은 영등포경찰서 수사에 경찰청·관세청 지휘부가 브리핑 연기·보도자료 수정·사건 이첩을 지시하는 등 외압을 행사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합수단은 "세관 직원이 관여한 사실이 없는 만큼 외압을 행사할 동기나 필요성이 없었고, 대통령실 개입 정황도 없었다"고 밝혔다.
실제 합수단이 대통령실 관여 여부 확인을 위해 피의자들의 주거지·사무실, 경찰청·서울경찰청, 인천 세관 등 30개소를 압수수색하고 피의자들 휴대전화 46대에 대한 포렌식 수사, 이메일·폴넷(메신저) 및 통화내역 분석 등을 진행했음에도 피의자들이 대통령실 관련자와 연락한 내역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합수단은 이어 "브리핑 연기와 자료 수정 지시는 경찰 공보규칙에 따른 적법한 상급청 지시였고, 사건 이첩 검토도 경찰 내부 기준에 부합하는 적법한 업무 지시였다"고 설명했다.
합수단은 수사 과정에서 말레이시아 조직원 16명이 2023년 1~9월 사이 총 15회에 걸쳐 약 121.5㎏의 필로폰을 들여온 사실을 확인해 국내에서 검거된 조직원 6명과 한국인 유통책 2명을 범죄단체활동 및 특가법위반(향정) 혐의로 기소했다. 해외 소재 조직원 8명에 대해서는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인터폴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합수단은 세관 연루·수사외압 의혹은 종결하되, 검찰 사건 무마·은폐 의혹 및 김건희 일가 마약 밀수 연루 의혹 등 남은 사안에 대해선 수사를 계속할 방침이다.
이번 중간 발표는 윤국권 검사팀이 진행한 수사 결과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백해룡 경정은 출범 직후부터 합수단을 '불법 단체'라고 규정하며 수사 협조를 거부해 왔다.
백 경정은 검찰 발표 직후 "검찰이 세관의 밀수 조직 연계 정황을 알고도 사건을 덮었다"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이날 검찰에 관세청·인천공항세관·김해세관·서울본부세관 등 3곳, 인천지검·서울중앙지검·대검찰청 등 3곳 등 총 6개 기관을 대상으로 압수수색 검증영장을 신청한 사실도 공개했다.
백 경정이 제출한 압수수색 신청서에는 말레이시아 조직원들이 2023년 1~2월에만 13차례 입국했고, 이 과정에서 120㎏ 이상 필로폰이 신체·휴대품에 은닉된 채 반입됐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23년 7~9월엔 나무도마, 항공화물 등을 이용한 추가 밀반입 시도 정황을 제기하며 검찰이 해당 기록을 축소·무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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