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어쩌다 마트가'..몸집 줄이고 환골탈태해야 산다 [대형마트가 저문다]

강명연 기자,

김현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10 06:51

수정 2025.12.10 07:53

식품 중심 매장 개편 시급...비용 줄여야
주말 장보기 대신 저녁 장 보기 효율성 필요
식품매출 50%에서 70%로 증가
홈플러스 강서점. 뉴시스
홈플러스 강서점.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10여년 전만 해도 중산층 가정의 장보기를 책임지던 대형마트의 위상은 코로나를 기점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쿠팡이나 컬리로 장을 보는 횟수가 늘어난 소비자들은 주말에 대형마트 대신 스타필드 등 복합쇼핑몰이나 교외 아울렛으로 향한다. 이런 변화를 적기에 대응하지 못한 대형마트가 환골탈태 수준의 혁신을 하지 않으면 소비자들의 발길을 돌릴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선 현재 400개 수준인 전통적인 대형마트를 200개대로 낮춰야 성장 한계를 벗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잡화점 방식' 버려야 산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유통 전문가들은 대형마트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몸집을 줄여 강점인 그로서리(식품)에 집중하거나 체험형 매장, 창고형 마트 등 전면 개편을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우선 식품 중심의 매장 개편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산품 소비의 상당부분이 온라인으로 이동한 만큼 소비자들에게 대형마트의 기존 코너는 불필요한 동선이 됐기 때문이다. 기존에 덩치가 큰 대형마트는 주차장에서 매장으로 이동하는 거리 등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시간 절약을 위해 온라인 장보기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대형마트에 더 이상 많은 시간을 쓸 유인이 사라졌다. 기존 500~1000평 정도의 대형마트 규모를 300~500평 수준으로 줄이면서 식품코너 위주로 재편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형마트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퇴근길에 저녁 장을 보러 가는 소비자를 잡아야 한다"며 "마음 먹고 장을 보러 가는 곳이 아닌 신선식품과 델리 등 가공식품을 살 수 있는 접근성이 편한 공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대형마트 업계는 식품 중심 매장 리뉴얼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마트 푸드마켓,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롯데마트 그랑그로서리 등 업체별로 기존 점포를 새단장하거나 새 점포를 식품 중심 매장으로 꾸미는 추세다. 이같은 변화는 신선식품을 직접 보고 사려는 수요가 여전히 대형마트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50%대였던 대형마트의 식품 매출은 최근 70% 가까이 뛰어올랐다. 공산품을 중심으로 매출이 감소하면서 식품 매출 비중이 늘어난 것이다. 이마트의 경우 식품 매출 비중은 2023년 65%에서 올들어 지난달까지 67%로 계속 늘고 있다. 의류 등 공산품 매출은 감소하는 데 비해 매장 운영비와 인건비 등은 계속 나가면서 비용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도심형 몰로 재탄생해야

동시에 체험형 매장 등으로의 전환 필요성도 제기된다. 복합쇼핑몰처럼 소비자들의 체류 시간을 늘려 소비로 이어질 수 있게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신선식품 자체로 경쟁력을 만드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도서관, 키즈카페 등 지역 상권에 맞춰 주요 매장을 중심으로 소비자들이 즐길 거리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의 경우 스타필드의 성공을 차용해 '스타필드 마켓'으로 기존 매장을 리뉴얼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죽전점을 시작으로 킨텍스점, 동탄점 등 4개 매장을 스타필드 마켓으로 새단장했다. 리뉴얼 후 9월 말 기준 일산점은 매출이 전년 대비 66%, 고객 수는 110% 증가했다. 동탄점과 경산점 역시 각각 18%, 21% 매출이 늘었다. 스타필드 마켓은 코엑스 별마당같은 대형 도서관으로 꾸며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등 지역 주민의 활용도를 높이는 데 방점을 뒀다.

가격 경쟁력을 기반으로 성장 중인 창고형 마트로 전환도 필요하다. 이마트 등 기존 대형마트 마진이 30%대인 데 비해 코스트코는 14% 수준으로 가격경쟁력에서 앞선다.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25% 수준으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창고형 매장은 매입 방식에 차이가 있고 층고가 달라 기존 매장을 전환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로 꼽힌다. 그러나 상품 진열을 위한 직원 수를 줄일 수 있어 온라인과 경쟁이 가능하다는 게 강점이다.
이 교수는 "현금을 창출하던 주요 유통업체였던 대형마트의 위상이 사라지면서 홈플러스 매각도 어려움을 겪는 것"이라며 "마트 자체도 팔리지 않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지만, 홈플러스가 사라질 경우 200~250개 정도의 대형마트를 유지하는 수준이 적정하다"고 말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김현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