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민간경제 체질로 변모중
韓, 우수한 경제 파트너로 인식
100조 투입 북남고속철도 대표적
빈그룹과 협력 사업으로 추진 유력
기술이전 등 '상생'서 접점 찾아야
韓, 우수한 경제 파트너로 인식
100조 투입 북남고속철도 대표적
빈그룹과 협력 사업으로 추진 유력
기술이전 등 '상생'서 접점 찾아야
베트남 현지 사정에 정통한 한 산업계 인사는 최근 베트남 정부가 드라이브를 건 고속철도와 원자력발전 등 메가프로젝트의 수주전에서 '팀 코리아'의 필승전략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베트남 현 지도부가 관(官)주도의 경제에서 민간경제로 체질을 바꾸는 과정에 있어 '베트남의 삼성'으로 불리는 빈그룹이 베트남 경제에서 차지할 역할이 더 커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빈그룹은 최근 정부 주도 프로젝트에 발맞춰 과거 부동산 개발 중심의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고속철·우주·항공 등 첨단산업까지 영역을 빠르게 확장시키고 있다. 이 분야는 국내 기업들이 강세를 보이는 산업이어서 빈그룹 입장에서는 '팀 코리아'가 최적의 파트너가 될 것이란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고속철 이어 우주·항공까지 진출
9일 현지 업계에 따르면 빈그룹은 지난달 3일 우주·항공 자회사 '빈스페이스'의 법인 설립을 마쳤다. 2019년 '빈펄에어' 프로젝트를 통해 항공운수 사업 진출을 타진한 빈그룹은 5년 만에 몸집을 키운 빈스페이스를 설립해 △항공기 △우주선 △통신 위성 △항공화물 운송 등 영역에서 사업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빈그룹은 빈스페이스 외에도 올해 초 고속철 전문 자회사인 '빈스피드'를 설립했으며, 지난해 말에는 전력·에너지 자회사인 '빈에네르고'와 로봇틱스 자회사 '빈로봇틱스'를 설립하는 등 첨단산업으로 사업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현 베트남 지도부가 경제총생산(GDP) 8% 시대를 외치며 민간경제를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빈그룹의 이 같은 행보는 주목받고 있다. 현지 관계자는 "정부가 나서 첨단산업을 직접 육성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면서 "베트남 정부는 부동산 개발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한 빈그룹 등 민간기업에게도 경제발전의 일정 역할을 요구하고 있고, 빈그룹도 성장을 위해 포트폴리오 다변화 필요성이 맞물리면서 첨단산업 중심 기업으로 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지 업계에서는 빈그룹의 미래 먹거리는 국내 대기업의 주력 분야와도 맞닿아 있어 향후 협업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고 있다. 실제 베트남 정가에서도 "한국은 경제 협력에 있어 가장 믿을 수 있고 가장 우수한 파트너"라고 인식하고 있다.
■합종연횡 시대… 빈그룹과 협업해야
빈그룹과 협력사업이 가장 먼저 이뤄질 곳은 100조원 규모의 메가 프로젝트 '북남고속철도'다. 빈스피드는 설립 후 수 주 만에 정부에 북남고속철 입찰을 제안했다. 고속철 관련 기술이 아예 없는 신생 회사임에도 빈스피드는 베트남 교통운송부에 하노이-호찌민시를 잇는 북남고속철도 건설을 위한 약 613억달러(약 89조원) 규모의 투자 제안을 제출했다. 전체 투자금의 20%는 자체 자본으로, 나머지 80%는 정부의 무이자·장기 대출 형태로 조달하는 구조다.
빈스피드는 제안서에서 '철도+도시개발' 혼합 모델을 내세우며 고속철 노선 주변의 신도시·상업지구 개발을 통해 부동산 사업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현지에서는 빈그룹의 북남고속철 사업 제안을 두고 "민간경제시대의 시작이자 국가 인프라 정책의 전환점"이란 평가까지 나온다.
그러나 600억달러가 넘는 사업비, 전례 없는 자금 구조에 무엇보다 고속철 관련 기술이 없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단기적인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게 사실이다. 따라서 빈그룹은 금융과 기술 분야에서 외부 업체와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설립된 지 갓 2~3주된 기업이 90조원에 육박하는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관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베트남 정부가 2030년 운행을 목표로 하면서 철도 관련 기술이 전무한 빈스피드는 결국 해외 기업의 손을 잡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도 단독 입찰에만 집착하지 말고 빈그룹과의 협력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난 달 2일 주베트남대사관 주최 국경일 행사에 빈그룹에서 빈스피드를 맡고 있는 부회장급 인사가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빈스피드 관계자는 현지 진출 국내 기업들과 활발하게 접촉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노이 산업계에 정통한 또 다른 인사는 "이제 베트남 시장에서 수주는 승자독식(Winner takes it all) 시대가 저물고, 합종연횡의 시대로 돌입했다"면서 "원전·북남고속철 등 베트남 메가프로젝트에서 한국 기업이 참여하는 건 사실상 기정사실이지만, '얼마나 많은 알짜 사업을 국내 기업들이 얻어내느냐'가 관전포인트가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를 위해 빈그룹 측과의 상생을 위한 기술 이전을 비롯해 협력의 묘를 살려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rejune1112@fnnews.com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