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삼성의 길' 따라걷는 베트남 빈그룹

김준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09 18:14

수정 2025.12.09 19:11

【파이낸셜뉴스 하노이(베트남)=김준석 특파원】 "빈그룹은 내부에서 삼성을 롤모델로 벤치마킹하고 있다. 이병철 창업회장이 삼성상회에서 '별표국수'를 팔며 지금의 삼성을 일궈냈듯이 팜녓브엉 빈그룹 회장도 즉석 국수를 팔기 시작하면서 사업을 시작한 공통점이 재미난 부분이다."

베트남 학계의 한 인사는 최근 빈그룹의 거침 없는 행보에 대해 이 같이 비교하며 "빈그룹이 부동산 개발 중심의 사업에서 벗어나 장차 '삼성의 길'을 걸으며 결국 베트남의 도이머이 2.0의 핵심 주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빈그룹의 시작은 베트남이 아닌 우크라이나에서 시작됐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아내와 우크라이나로 이주한 브엉 빈그룹 회장은 1990년대 소련 붕괴 후 굶주리는 우크라이나인들에게 값싼 즉석조리 식품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해 빈그룹의 모태가 되는 '테크노컴'을 창업해 즉석 국수를 팔기 시작했다.

이후 '미비나'라는 브랜드 이름으로 사업을 키워나갔다. 1998년에는 국수 판매가 100만봉지를 돌파했고 테크노컴은 즉석 조리용 감자, 양념 등을 30여개국에 수출하는 대형 식품사로 성장했다. 미비나 국수는 2009년 시장 점유율 98%를 차지하는 우크라이나 국민 브랜드로 우뚝 섰다.

2000년대 우크라이나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베트남으로 돌아온 팜 회장은 부동산 기업 빈컴과 관광·호텔 회사 빈펄을 설립했다. 2012년에는 빈컴과 빈펄을 합병해 빈그룹을 탄생시켰다. 팜 회장은 이후 2028년까지 회사를 첨단 제조업 중심으로 바꾸겠다며 자동차·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후 빈스마트(스마트폰·가전)와 빈패스트(전기차)를 설립했으나 빈스마트는 수익성 부족으로 2021년 사업을 철수했으며, 빈패스트는 2017년 설립 이후 6월 말 기준으로 누적 적자 규모는 305조7800억동(약 17조319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빈그룹의 '아픈 손가락'이다.


하노이의 한 관계자는 "빈그룹이 온갖 유행하는 산업에 문어발식 확장을 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별다른 기술·제조 대기업이 없는 베트남에서 빈그룹의 행보는 선구적이면서 베트남 정부의 정책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면서 "결국 빈그룹도 첨단산업 일부 분야를 중심으로 옥석가리기에 나서겠지만 현재는 무엇보다도 산업 저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해 의미 있는 행보로 보인다"고 말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