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게 당연한 게 아니냐"는 기자의 물음에 이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은 다르다"고 한다.
한국 제조업계에서 '엘도라도'로 여겨지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최근 달라지고 있다. 값싼 노동력과 각종 인센티브를 이용해 대부분의 물량을 다시 수출하는 한국 기업들은 자국 발전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판단한다. 베트남은 최근 첨단기술법 개정에 나섰고, 인도네시아는 자국부품의무사용(TKDN)을 내세우는 등 무리한 요구를 하기 시작했다. 현지 진출 기업들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두 나라는 향후 자국 산업 발전에 기여할 가능성을 외국 기업 대상 인센티브 지급 척도로 삼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억울한 노릇이다. 많은 현지 진출 대기업들이 법적 의무사항 이상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가고 있고, 현지 공급망과의 상생을 위해 기술이전과 현지 고급인력 양성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제조업 기반이 약한 현지 기업들이 자체 기준에 미달해 공급망에 편입시킬 수 없는 상황인데도 현지 당국은 공급망 편입과 인공지능(AI)·첨단반도체 등 생산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중진국 함정을 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동남아 국가들과 주어진 상황에서 최대한의 노력을 하는 진출기업 사이에서 '동상이몽'이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 기업 진출로 고성장을 해놓고 이젠 중진국 함정을 뛰어넘는 데까지 한국 기업의 역할을 요구하고 있어, 일개 외국 기업이 어디까지 역할을 해야 하는지 답답한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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