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H200 對中수출 허용
기술유출 우려에도 공급 승인
中 희토류 통제 완화 위한 포석
120억달러 농민 지원도 발표
수출 막힌 대두 경작농에 단비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상원 의원들의 반대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고성능 반도체 수출을 승인하겠다고 밝혔다. 기술 유출 우려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수출을 승인한 것은 엔비디아의 집요한 로비와 함께 중국으로부터 받을 카드가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이날 중국의 수입 중단으로 큰 타격을 받은 미국 대두 농가를 지원하기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대두 농가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핵심 지지층이다.
기술유출 우려에도 공급 승인
中 희토류 통제 완화 위한 포석
120억달러 농민 지원도 발표
수출 막힌 대두 경작농에 단비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미국은 엔비디아가 강력한 국가 안보를 보장하는 조건 하에 중국 및 기타 국가의 승인된 고객에게 H200 제품을 공급하도록 허용할 것이라고 시진핑 주석에게 알렸다"며 "25%는 미국에 지불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판매 승인이 될 H200의 성능은 '블랙웰' 설계 기술에 바탕을 둔 엔비디아 최신 제품보다 떨어지지만, H2O와 비교해 추론 성능에서 2배, AI 훈련 기능에서 약 6배 이상 뛰어나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와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이 지난주 회동을 갖고 H2O 수출 문제를 논의한 데 따른 것이다. 엔비디아는 올해 트럼프 행정부와 의원들을 대상으로 고성능 반도체 수출을 위해 강력한 로비를 펼쳤다. 젠슨 황 CEO는 이달 초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상원의원들을 만나 "중국이 품질이 저하된 칩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며, 미국 기업들은 가장 경쟁력 있는 칩을 중국에 수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워싱턴 정가는 엔비디아가 회사 이익을 위해 국가 안보를 해치고 있다는 비판을 하고 있다. 미국 양당 상원 의원들은 최근 H200을 포함한 첨단 칩의 중국 수출을 30개월 동안 승인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공화당의 피트 리케츠와 민주당의 크리스 쿤스를 포함한 상원의원들은 이 법안이 중국에 중요 기술을 제공하지 않음으로써 미국이 AI 분야에서 우위를 유지하도록 고안됐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백악관과 국무부 고위직을 맡았던 크리스 맥과이어는 FT에 "중국에 대량의 H200을 판매하면 중국 AI 산업에 로켓 연료를 공급하게 될 것"이라며 "중국 AI 기업들은 미국과의 격차를 줄이는 데 필요한 컴퓨팅 파워를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에도 H200 판매 승인을 할 수밖에 없는 여러 요인이 있다는 분석이다. 일단 내년 4월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중국과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려는 전략 때문이다. FT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정부 기관에 "중국과 관계가 악화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또 올해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인 트럼프 대통령은 줄곧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희토류 수출 통제를 풀라고 요구했다. 이에 시진핑은 트럼프에게 미국산 AI 반도체 수출 통제를 완화하라고 받아쳤다.
대두 수출도 변수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120억달러 규모의 농부 지원 패키지를 발표했다. 이번 대규모 농민 지원은 중국의 수입 중단으로 올해 심각한 재정난에 봉착한 미국 대두 경작농에게 '가뭄 속 단비'가 될 전망이다. 미 농민들은 올해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있다. 농작물 가격은 이번 가을 역대 최대 작황 속에 낮은 수준을 지속하는 가운데 올 상반기 미 농가 파산은 전년 동기 대비 약 60% 폭증했다. 트럼프의 대중국 관세가 주된 배경 가운데 하나였다. 트럼프가 엄청난 관세를 매기자 중국은 그 보복으로 미국산 대두 수입을 중단했다. 중국은 연간 미국산 대두 2900만t을 수입하지만, 지난 10월 부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합의에 이르기 전까지 올해 수입을 중단했다. 중국은 막대한 양돈 산업에 필요한 사료를 수입하는 세계 최대 대두 수입국이다.
pride@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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