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

국힘 "모든 법안 필리버스터"… 여야 충돌

최종근 기자,

이해람 기자,

김형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09 18:28

수정 2025.12.09 18:41

나경원 첫 주자로 나서자
"인사해라" "조용해라" 고성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가운데)이 9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필리버스터에 나선 가운데 여야 의원들이 발언대 양쪽에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상정된 법안 62건 중 3건만 합의처리하고 나머지는 필리버스터를 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가운데)이 9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필리버스터에 나선 가운데 여야 의원들이 발언대 양쪽에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상정된 법안 62건 중 3건만 합의처리하고 나머지는 필리버스터를 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9일 개최된 본회의에서 여야가 고성을 쏟아내면서 충돌하는 등 극한 대치를 이어갔다. 더불어민주당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과 법왜곡죄 도입,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 유지 요건을 강화하는 국회법 개정안 등의 처리를 강조하고 나서자 국민의힘은 맞대응 차원으로 모든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에 나서기로 했다. 여야 갈등이 고조되면서 민주당은 국회에서 국민의힘 규탄대회를 열었고, 국민의힘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 투쟁하겠다며 천막 농성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이날 국회는 총 62건의 민생 법안 안건 등을 상정했다. 다만 1~3번째 안건인 보증동의안 3건만 합의 처리됐고, 4번째 안건인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상정되자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에 나섰다.

사실상 이날 상정된 모든 비쟁점 법안에 필리버스터를 선언한 것이다.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가맹사업자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협상권을 보장하는 내용이 골자다.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여야 쟁점이 큰 법안은 아니지만 민주당이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 등을 강행하자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 카드를 다시 꺼낸 것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에 앞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쟁점이 되고 있는 사법파괴 5대 악법(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법왜곡죄 등)과 국민 입틀막 3대 악법(필리버스터 제한법 등), 8대 악법에 대해 민주당이 강행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없는 상태에서 모든 법안을 처리하게 되면 국민들에게 왜 우리가 악법에 반대하는지 알릴 기회가 없다는 지적들이 많았다"며 "8대 악법으로 인해 대한민국 헌정 기본질서가 완전히 붕괴되는 것에 대해 소상히 알려드리는 차원에서 쟁점이 많지 않는 법안에 대해서도 필리버스터를 실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필리버스터 첫 주자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맡았다. 여야는 필리버스터 시작부터 목소리를 높이며 극심한 신경전을 펼쳤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연단에 오른 나 의원을 향해 "인사 안 합니까"라고 하자, 나 의원은 "조금 이따 말씀드리겠다"고 맞받았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정신 차려", "인사해라"고 지적했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조용히 하라"고 맞섰다. 이후에도 필리버스터 진행을 두고 여야 간 고성이 한동안 지속되는 등 파행을 빚었다.

이날 밤 12시가 지나면 정기국회가 종료되는 만큼 필리버스터는 자동 종료된다. 이에 따라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오는 11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문금주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다음 본회의는 오는 11일 예정으로 그날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표결 처리하기로 했다"면서 "11일부터 14일까지 4일 정도 본회의를 할 것으로 예정하면 우리 당이 원하는 법안을 3개 정도 올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하더라도 꼭 통과시키는 전략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 어떤 쟁점법안을 상정할지 정해지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여야 대치 국면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이날 상정된 모든 법안에 필리버스터를 결정한 국민의힘을 규탄하고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12·3 비상계엄이 1년 지났지만 반성과 성찰 없이 지금도 마구잡이 '윤 어게인'을 외치는 국민의힘을 보면서 이제 측은한 마음까지 든다"며 "이재명 죽이기에 골몰했던 내란세력은 단 한마디의 반성도 없다"며 비판했다.

국민의힘도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민주당의 사법파괴·입틀막 8대 악법 저지를 위한 투쟁의 일환으로 천막농성도 검토 중이다. 이와 관련해 송 원내대표는 "그 부분은 아직 최종적으로 정리된 내용은 아니라 답변을 자제하겠다"고 했다.
민주당과 합의 가능성에 대해선 "본회의장 안에서 만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정기국회가 종료되면 필리버스터가 종료되고 산회하기 때문에 이후 임시국회를 언제, 어떻게 열 것인지에 대해 최종적으로 만나 조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cjk@fnnews.com 최종근 이해람 김형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