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한은 "가계대출 10%p 기업으로 돌리면 성장률 0.2%p 상승"

김태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09 18:43

수정 2025.12.09 18:59

‘BOK 이슈노트’ 43개국 분석
가계신용 자금, 대개 부동산에 묶여
기업 공급 땐 투자·기술혁신 촉진
고생산성산업·중기에 성장효과 커
생산성 개선으로 자본효율성 상승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 제공
가계에 편중된 국내 '빚'을 기업부문으로 돌리면 경제성장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10%p 전환되면 한 해 성장률을 0.2%p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으로 들어가는 자금의 방향을 설비투자 등 생산성 높은 곳으로 튼다면 자본효율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BOK 이슈노트: 생산 부문으로의 자금 흐름 전환과 성장 활력'에 따르면 민간신용 중 비생산부문인 가계신용이 10%p 줄고(지난해 말 한국 기준 GDP 대비 90.1%→ 80.1%), 생산부문인 기업신용이 그 감소분 만큼 늘어난다면(110.5%→ 120.5%) 장기 경제성장률이 연 평균 0.2%p 높아질 수 있다.

해당 연구의 분석기간은 1975~2024년, 대상은 한국을 포함한 국제결제은행(BIS) 신용통계를 이용할 수 있는 43개국이다.



추가 신용 규모 증대 없이 구성 조정 만으로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난 것은 가계신용 자금이 대개 부동산에 투입돼 묶이면서 자금 배분의 비효율성이 발생하는 반면, 기업부문에선 투자와 기술 혁신 등 생산성을 높이는 일에 쓰이기 때문이다.

황인도 한은 경제연구원 금융통화연구실장은 "기업부문에 대한 신용 공급이 투자와 기술혁신을 촉진하기 때문"이라며 "기업 자금조달 여건이 개선되면서 실물투자가 이뤄지고 이에 따라 생산성이 개선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기업신용 증가는 금융제약을 완화해 투자율을 높이는 것으로 관측됐다. GDP 대비 기업신용 1%p 증가는 투자율의 0.086~0.095%p 상승과 유의 관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다시 투자율이 1%p 높아지면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0.046~0.077%p 상향된다.

반대로 가계신용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건설업에 대한 신용공급은 경제성장률 및 총요소생산성(TFP) 증가율과 역의 관계에 놓여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기준 민간신용(가계+기업)의 49.7%(1932조5000억원)가 부동산에 집중돼 있다.

생산성, 기업 규모, 외부자금 의존도 등으로 구분해 대출 증가율이 매출액 증가율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한 결과 생산성이 높고, 중소기업이며, 외부자금 의존도가 높은 산업일수록 신용증가가 기업의 성장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 강하게 나타났다.

실제 자본 생산성이 높은 산업에선 1%p 대출금 증가율 상승이 매출액 증가율을 0.17%p 높인 반면, 저생산성 산업에선 0.13%p 상승에 그쳤다. 또 대기업(0.12%p)보다는 중소기업(0.19%p)이, 외부자금 의존도가 높은 산업(0.26%p)이 낮은 산업(0.10%p)보다 성장 효과가 컸다.

황 실장은 "전체 구조적 측면뿐만 아니라 기업 내에서도 유망 산업, 혁신적 신생기업, 자본생산성 높은 기업 등으로 선별적 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책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다만 그는 "(기업 신용이) 특정 수준을 넘어서는 경우 오히려 경제성장이 하락하는 현상이 발생했는데 이는 신용이 과도하게 확대됨에 따라 투자 효율이 낮은 부문으로의 자금 배분, 과잉투자 유발, 한계기업 퇴출 지연 등이 일어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황 실장은 자금 흐름을 틀기 위한 방안으로 △비생산-생산부문간 금융기관 대출 인센티브 조정 △생산부문 대출 확대를 위한 신용평가 인프라 구축 △투자를 통한 자금 공급기능 강화 등을 제시했다.


황 실장은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RW) 상향, 부문별 경기대응 완충자본 적립을 통해 비생산부문의 신용공급 유인을 억제하고, 기업대출 취급 유인을 강화해야 한다"며 "중소·신생기업을 적정 평가하기 위한 신용평가 인프라도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