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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양날의 검' 할당관세… 국내 닭고기·과일농가 손해 첫 확인

김찬미 기자,

최용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09 18:44

수정 2025.12.09 18:44

KREI, 농업분야 관세영향 첫공개
닭고기 작년 생산자가격 1.1%↓
농축산물 할당관세 직격탄 맞아
바나나·파인애플·망고 등 수입과일
국산 대체하며 시장에 부정적 효과
[단독] '양날의 검' 할당관세… 국내 닭고기·과일농가 손해 첫 확인
농축산물 할당관세 제도가 국내 농가에 손해를 줄 수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농산물 할당관세가 적용된 품목 가운데 생산자가격이 가장 크게 하락한 품목은 닭고기였으며, 국내 생산이 거의 없는 바나나·파인애플·망고의 관세 인하도 국산 과일농가에 간접적 타격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소비자가격 안정 효과와 농가 피해 사이에서 해법을 고심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단기 물가 대응용 소비재 중심의 할당관세 운용을 지양하고, 피해농가 지원과 중장기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할당관세→육계 생산자가격 감소

9일 농촌경제연구원(KREI) '2025 농축산물 수입관세 농업분야 영향분석'에 따르면 품목별 할당관세가 국내 전체 농업에 미치는 영향은 유의미하지 않았다.

그러나 닭고기와 당근, 바나나, 파인애플 등은 국내 농업에 일부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품목별 수입의존도, 관세 인하 폭, 할당관세 수입량이 가격형성에 상당 부분 작용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생산자가격이 가장 많이 떨어진 품목은 육계(닭고기)로, 생산자가격이 1.1% 하락했다. 이는 닭 1마리당 20원가량 낮아진 가격이다. 국내 육계 생산량(-0.09%)과 소비자가격(-0.6%)도 함께 하락했다. 국내 닭고기 시장에서 수입 비중은 28.9%이며, 이 중 할당관세 적용 물량은 3.5%에 불과하지만 가격 인하 효과는 뚜렷했다.

■소비재 대신 중간재 적용해야

국내 재배가 거의 없는 바나나·파인애플·망고의 관세 인하 역시 국내 과일시장엔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값싼 바나나 소비가 늘면서 국산 과일 소비가 줄어드는 '대체효과' 때문이다. 감귤은 생산자가격(-0.42%), 생산량(-0.03%), 소비자가격(-0.30%)이 모두 하락했다. 지난해 국내 바나나 수입량 중 할당관세 물량 비중이 76.2%에 달했고, 관세 인하 폭도 16.9%p나 돼 대체효과가 크게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농축산물 할당관세가 개별 품목의 생산자·소비자가격을 억제하는 효과는 분명하며, 물가 상승 압력을 완화하는 정책적 기능도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이번 연구 결과를 두고 기획재정부와 농림축산식품부의 시각차도 드러났다. 기재부는 소비자 물가 안정 효과에 무게를 두는 반면 농식품부는 농가소득과 직결되는 만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가격은 시장의 수요·공급 구조로 결정되며, 할당관세는 그중 일부 요인에 영향을 준다"며 "그대로 두면 가격이 더 오를 품목에 대해 관세를 조정하는 것"이라며 물가 안정 기능을 강조했다. 농업 전문가들은 할당관세 적용 품목 선정에 있어 소비재 중심의 단기적 물가안정뿐 아니라 중간재 중심의 중·장기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봤다.

KREI 관계자는 "생산액 피해가 발생한 품목 대상 지원정책은 직접적으로 피해액을 보전하는 직불제를 고려할 수 있다"며 "다만 직불제 도입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현재 농가 대상으로 지원되는 사업과 연계한 지원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이에 대해 "현재 할당관세 적용에 따른 농가 피해대책이 없다"면서도 "추후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최근 할당관세가 잦아졌다.
지금껏 관행적으로 해온 측면이 있다"며 "일부 품목이 폭등할 경우에만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농축산물의 경우 품목별로 (가격 인상 요인) 다 다르다.
그 때문에 할당관세로 물가를 끌어내리는 효과를 기대하기보다는 품목별로 봐야 한다"며 "근본적으로 스마트팜 등으로 국내 농가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김찬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