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석유 시장이 내년 심각한 초과공급을 겪을 것이라고 세계 최대 상품 중개 업체 가운데 한 곳인 트라피구라가 9일(현지시간) 경고했다.
OPEC(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를 비롯한 산유국들은 석유 공급을 확대하겠지만 석유 수요는 세계 경제 둔화 속에 약화하면서 심각한 초과공급, 이른바 ‘슈퍼 초과공급(super glut)’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다.
낮은 유가는 장기적인 석유 공급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기는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석유 소비국들의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을 낮춰주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슈퍼 초과공급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트라피구라 수석 이코노미스트 사드 라힘은 이날 분석 노트에서 신규 유전 채굴 속에 세계 석유 수요 증가세는 둔화되면서 이미 하강 압력을 받고 있는 국제 유가가 내년에는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라힘은 “이것이 그냥 초과공급일지, 슈퍼 초과공급일지는 상관없다”면서 “이 초과공급에서 벗어나는 것은 힘든 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제 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는 올 들어 가격이 16% 급락해 2020년 이후 최악의 한 해를 예고하고 있다.
브렌트 가격은 내년에 브라질, 기아나의 신규 주요 유전 프로젝트에서 석유가 시장에 쏟아지기 시작하면 더 떨어질 전망이다.
중국, 미국
이런 가운데 세계 최대 석유 수입국인 중국의 석유 수요 증가세는 둔화하고 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은 전기차 확대 속에 석유 수요가 내년에는 지금보다 더 둔화할 것이 확실시된다. 게다가 중국은 올해 낮은 유가를 기회 삼아 전략 비축유도 대거 확보한 상태라 석유 수요가 더 크게 늘어날 유인이 별로 없다.
라힘은 만약 중국이 지금처럼 석유를 사들이지 않으면 ‘슈퍼 초과공급’은 더 일찍 나타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도 유가 하강 압력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미 석유 생산을 독려하면서 내건 캐치프레이즈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 속에 미 행정부는 유가를 계속해서 낮은 수준에서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
한편 국제 유가는 이날도 약세를 이어갔다.
브렌트는 근월물인 내년 2월 인도분이 전일 대비 0.55달러(0.88%) 내린 배럴당 61.94달러에 거래됐다.
미국 유가 기준물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내년 1월물이 0.65달러(1.10%) 하락한 배럴당 58.23달러를 기록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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