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미국과 러시아가 합의한 평화협정 내용을 수용할지 ‘수 일 내에’ 결정하라고 통보했다.
이 내용을 수용하면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명시적이지 않은 모호한 안보 보장을 대가로 일부 영토를 러시아에 내줘야 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일(현지시간)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 특사들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이같이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젤렌스키는 지난 6일 유럽 정상들과 2시간에 걸친 통화에서 자신이 트럼프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와 트럼프 사위 재러드 쿠슈너로부터 빨리 결정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한 소식통은 트럼프가 ‘크리스마스까지’ 우크라이나 평화협정이 체결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그러나 젤렌스키는 시간을 더 달라고 미 특사단에 요구했다. 미국의 요구에 답하기 전에 유럽 동맹들과 논의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유럽의 동참 없이 미국이 먼저 치고 나가면 서방의 단결이 깨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소식에 정통한 한 서방 관리는 우크라이나가 진퇴양난에 빠졌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요구를 거절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미국이 요구하는 영토 포기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젤렌스키는 8일 밤 왓츠앱 브리핑에서 기자들에게 “솔직히 말해 미국인들은 오늘 (영토를 포기하는) 양보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는 이에 앞서 8일 영국 런던에서 프랑스, 독일, 영국 정상들과 만났다.
영국 총리 관저에서 열린 4개국 정상회의에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회의 모두에 상황이 급박하다면서 정상회의가 수일 뒤 다시 열려야 한다고 말했다. 메르츠 총리는 “우리 모두가 결정적인 순간에 직면해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젤렌스키는 미국이 제시한 평화협정 안이 이전에 비해 개선된 것이라고 전제했다.
그는 9일 밤 기자회견에서 전쟁을 끝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러시아의 의견이 크게 반영돼 28개 항목으로 작성됐던 미 주도의 평화협정안이 ‘반우크라이나적’인 여러 조항을 빼고 20개 항목으로 축소됐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결국에는 미국의 제안을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절박감을 방증한다.
현재 전황은 우크라이나에 불리하다.
러시아군은 최근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반 시설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강화하고 있고, 남동부 전선에서도 꾸준히 전진하고 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양보를 압박하는 동부 산업지대인 도네츠크에서 러시아군은 전략적 요충지인 포크로프스크 상당 부분을 점령했고, 평화의 도시라는 뜻이 있는 인근 도시 미르노흐라드를 포위하고 있다.
젤렌스키는 그렇지만 진정한 평화 협상은 이번 전쟁을 시작한 당사자인 러시아의 동의에 달려 있다면서 러시아가 전쟁을 끝낼 의지가 있어야 평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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