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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득층 빚내 '자산 점프'…저소득층은 갚느라 6% 뒷걸음

뉴스1

입력 2025.12.10 06:01

수정 2025.12.10 08:27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2025.12.2/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2025.12.2/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 시내 한 은행 대출 창구. 2025.11.24/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 시내 한 은행 대출 창구. 2025.11.24/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지난해 부동산 시장 회복세 속에서 소득 계층 간 자산 양극화가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소득층은 부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자산 규모를 늘린 반면, 저소득층은 부채와 자산이 동시에 줄어드는 '축소 균형' 현상을 보였다.

특히 저소득층의 경우 부채 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들이 수치상으로는 개선됐지만, 이는 소득 증가가 아닌 자산 처분이나 대출 축소에 기인한 '불황형 개선'으로 분석된다.

저소득층 자산 6% 감소, 고소득층은 8% 늘어…자산 격차 8.4배 '역대 최대'

10일 국가통계포털(KOSIS)과 가계금융복지조사 등에 따르면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의 평균 자산은 1억 5913만 원으로 전년(1억 6948만 원) 대비 6.1% 감소했다.

전체 소득 분위 중 자산이 전년보다 감소한 계층은 1분위가 유일하다.



반면 소득 5분위(상위 20%) 가구의 평균 자산은 13억 3651만 원으로 1년 전보다 8.0% 증가했다. 전체 평균 자산 증가율(4.9%)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이에 따라 상위 20%와 하위 20% 가구 간 자산 격차는 지난해 7.3배에서 올해 8.4배로 더욱 벌어졌다.

이러한 격차 확대의 주된 원인으로는 계층 간 '부채 활용(레버리지)' 능력의 차이가 꼽힌다.

소득 5분위 가구의 평균 부채는 2억 2286만 원으로 전년 대비 8.6% 증가했다. 고금리 기조 속에서도 상환 여력이 있는 고소득층은 대출을 늘려 부동산 등 자산 투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5분위 가구의 전체 자산 중 부동산 등 실물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76.5%(10억 2219만 원)에 달했다. 이는 1분위(75.7%)나 다른 분위에 비해 높은 수준으로, 고소득층의 자산 증식이 주로 부동산 가치 상승과 연동됨을 보여준다.

"대출 막히고 이자 버거워"…저소득층, 빚 갚으려 자산 처분

이와 대조적으로 소득 1분위 가구의 평균 부채는 1669만 원으로 전년 대비 15.5% 급감했다. 모든 소득 분위를 통틀어 부채 감소 폭이 가장 컸다.

통상적인 부채 감소는 재무 건전성 개선으로 해석되지만, 이번 1분위 가구의 경우 자산 감소(-6.1%)가 동반됐다는 점에서 '부실 위험'의 신호로 해석된다. 고금리 이자 부담을 이기지 못해 보유 자산을 처분해 빚을 갚았거나, 금융권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며 추가 대출이 막힌 '비자발적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이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재무 건전성 지표를 뜯어보면 이러한 흐름은 더욱 명확해진다.

소득 1분위 가구의 '저축액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50.6%로 전년(59.7%) 대비 9.2%포인트(p)나 급락했다. 이는 빚을 갚기 위해 저축을 헐었거나, 저축 여력 자체가 줄어들면서 대출 상환 압박에 시달렸음을 시사한다. 반면 소득 5분위 가구는 이 비율이 57.1%에서 60.4%로 3.3%p 상승해 대조를 이뤘다.

자산 대비 부채 비율 역시 소득 1분위는 11.7%에서 10.5%로 1.2%p 하락했다. 빚이 줄어든 속도가 자산이 줄어든 속도보다 더 빨랐다는 의미로, 경제 활동의 위축이 심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저소득층은 부채와 자산이 동시에 쪼그라들며 경제적 기반 자체가 흔들린 셈이다.
부동산 상승기에 레버리지를 활용해 자산을 불린 고소득층과 달리, 저소득층에게는 자산 형성의 사다리가 끊어졌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고소득층 거주 지역의 집값은 오르고, 저소득층 거주 지역은 내리는 등 부동산 시장의 차별화가 자산 양극화로 이어진 것"이라며 "저소득층의 경우 저신용·저소득 문제로 대출 규제(DSR 등)의 영향을 받아 부채를 늘리지 못한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고금리와 퇴직 등으로 생계비 부담이 커지면서 자산을 처분해 빚을 갚거나 생활비로 충당한 경우도 많았을 것"이라며 "일자리·부동산 양극화가 해소되지 않으면 이같은 현상은 심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