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뉴스1) 김기현 기자 = 차가운 공기가 고요히 내려앉은 지난 2021년 10월 15일 새벽.
겉보기에는 평범한 가정집과 다름 없던 경기 여주시 가남읍 한 가정집 안방에 '숨막히는 지옥'이 싹트기 시작했다.
A 씨(50대)가 경계선 지능장애를 앓고 있는 미성년 친딸 B 씨가 깊이 잠들어 있는 안방을 향해 발길을 내딛으면서부터다.
어느새 B 씨에게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묵직하게 숨통을 조이는 압박감에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깬 B 씨가 필사적으로 몸부림 쳐 벗어나려 했지만, 거칠고 강력한 A 씨 완력 앞에서는 어림 없는 일이었다.
끝내 A 씨는 '금지된 욕망'을 드러내며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 말았다.
이후 B 씨는 큰 충격 속에서도 용기를 쥐어짜 어머니에게 자신이 아버지 A 씨로부터 당한 끔찍한 일을 털어놓았으나, 적절한 보호 조치를 받지 못했다.
B 씨가 잠자리에 드는 것 자체가 공포인 집에서 A 씨와 계속 함께 살아야 하는 불안감을 홀로 감당해야만 하는 처지에 놓인 셈이다.
그로부터 약 3년 5개월이 흐른 올해 3월 28일 위태롭고도 잔혹한 평화가 흘러, 시한폭탄은 또다시 터졌다.
B 씨는 성인이 됐음에도 아버지의 검은 손길을 피하지 못하고 데자뷔처럼 되풀이되는 악몽 속에서 끝없이 무너져 갔다.
특히 A 씨 두 번째 범행은 되돌릴 수 없는 비극적 결과까지 초래했다. B 씨 뱃속에 패륜적 행위로 잉태한 생명이 자리잡은 것이다.
A 씨 범행은 B 씨가 임신 검사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으면서 발각됐다. 당시 B 씨는 병원에 "아버지에게 당했다"는 취지로 말했고, 병원은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A 씨와 낙태된 B 씨 태아 유전자(DNA) 분석에 나서 친자 관계임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성폭력 범죄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친족 관계에 의한 강간·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는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1심 재판부를 맡은 수원지법 여주지원 형사1부는 A 씨 범행을 강간을 넘어선 '인면수심(人面獸心) 패륜'으로 규정하며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성인이기는 하나 경계선 지능장애가 있어 일상생활과 사회적응, 판단력 발휘에 다소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은 이를 이용해 피해자를 강간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해자는 첫 번째 피해를 당한 후 친모에게 이를 알렸음에도 제대로 된 보호조치를 받지 못했고, 피고인이 재차 피해자를 강간했다"며 "피고인 범행으로 인해 피해자는 결국 임신까지 하게 된 점 등을 고려하면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부연했다.
특히 A 씨가 뒤늦게나마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긴 했지만, B 씨로부터 단 한 번의 용서도 받지 못했다는 사실도 양형에 결정타를 날렸다.
A 씨와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2심은 수원고법 형사1부가 맡았다. 항소심 1차 공판은 24일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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