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올해 유럽 전기차(EV)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한국과 중국 배터리 업체 간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은 가성비를 앞세워 유럽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K-배터리는 기술력과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맞서는 구도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10월 유럽 내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6.2% 증가한 202만 2173대로 집계됐다. 연말까지 역대 최대 판매 기록이 유력하다.
이처럼 유럽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배터리 업계 역시 유럽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꼽히는 중국은 전기차 공급 과잉, 미국은 전기차 보조금 지급 종료로 전기차 판매가 급감했다.
배터리 업계 입장에서는 유럽 시장이 실적을 만회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인 셈이다. 특히 한국과 중국 배터리 업체는 현지화와 함께 가격, 기술력 등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중국 CATL과 비야디(BYD) 등은 저렴한 LFP(리튬인산철)를 앞세워 유럽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3년 한국 배터리 3사는 유럽 시장의 60.4%를 차지했지만, 올해는 점유율이 30%대로 떨어졌다. 반면 같은 올해 중국 업체의 유럽시장 점유율은 60%에 육박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현지 생산능력 확충에도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CATL은 최근 스페인에서 스텔란티스와 합작 공장 기공식을 열었다. 내년부터 헝가리 공장은 양산을 시작한다. 여기에 이미 운영 중인 독일 공장을 더할 경우 CATL의 유럽 내 생산 능력은 160GWh를 넘어설 전망이다. BYD 역시 헝가리와 튀르키예에 이어 스페인에 새 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K-배터리는 이에 기술력과 포트폴리오 다양화, 안정적인 현지 생산 체계를 앞세워 방어전에 나서는 모양새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최근 메르세데스-벤츠와 2조600억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와 올해 총 3차례 벤츠와 대규모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네 번째 대형 계약을 따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중저가형 EV에 들어가는 배터리뿐 아니라, 고성능 하이엔드급에 들어가는 원통형 46시리즈까지 다양한 제품을 벤츠에 공급한다. 중국 업체와의 경쟁에서 가격뿐 아니라 '라인업 구성력'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SDI(006400)는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헝가리 공장 증설 및 개조 작업에 나섰다. 각형 배터리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LFP 배터리 라인을 설립해 중국이 강세를 보이는 LFP 시장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중국 배터리 의존도를 낮추려는 유럽 완성차 업계의 행보도 K-배터리에 호재로 꼽힌다. 지난달 방한한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회장은 삼성, LG를 찾아 K-배터리와 협업을 모색했다.
K-배터리의 현지 생산 안정화도 강점으로 꼽힌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2018년부터, SK온은 2020년부터 현지 공장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의 유럽 현지 공장은 인력 채용·환경 규제·노사 관계 등 각종 허들을 통과해 양산이 안정화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며 "반면 한국 3사는 폴란드·헝가리 등에서 이미 수년간 양산·품질·납기 체계를 검증받은 만큼, 완성차 입장에선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게 강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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